[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권영세 전 새누리당 대선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현 중국대사)이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수차례 통화한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이는 앞서 같은 당 신경민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박원동 국장이 직거래를 했다"며 두 사람의 커넥션을 폭로한 것과 박영선 의원이 전날 "김용판 전 청장의 배후가 몸통"이라고 폭로한 것의 연장선이다.
만약 지난해 12월16일 경찰의 엉터리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김용판-박원동' 커넥션에 그치지 않고 '김용판-박원동-권영세' 커넥션으로 이어질 경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이명박 정권에 한정되지 않고 박근혜 정부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중국대사,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왼쪽부터)
권 전 실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록 낙선했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밑에서 사무총장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했고, 대선 캠프에서는 종합상황실장을 맡을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권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이명박 정권에서 소홀했던 대중외교를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중국대사에 임명할 만큼 박 대통령의 큰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이외에도 지난해 12월16일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주도로 행해진 경찰의 심야 조작 수사결과 발표를 또 다른 축으로 보고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의 "선거개입이 없었다는 1차 수사결과 발표를 김용판 전 청장이 지시하지 않았고, 수서경찰서가 발표하지 않았다면 선거결과는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경찰이) 디지털 분석 결과 보고서를 제대로 발표했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문재인일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초 민주당은 전날까지도 파급력을 우려해 '배후' 폭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영선 의원은 "우리는 박원동 국장의 배후에 대한 제보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가의 안정을 위해 우리가 지금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부에서의 BBK 사건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폭로를 고민하던 '몸통'을 공개한 이상, 앞으로 문제를 집중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조작된 수사결과 발표를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의 여부도 민주당의 공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치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합의로 6월 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들기로 약속한 마당에 민주당이 국회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황교안 법무장관과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여당의 '국정조사 합의' 딴죽걸기에 이어, 대통령 최측근이 직접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연루된 상황에서 민주당의 대여 강경투쟁 명분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장외투쟁의 이야기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날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신경민 최고위원은 "국정조사를 계속 이렇게 무리하게 파탄을 내려고 한다면, 국민과 당을 거리로 몰아내는 조치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민주당 한 의원도 장외투쟁에 대해 "현실적으로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여론의 지지가 강력하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여지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