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누구를 위한 철도경쟁체제인가

입력 : 2013-06-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최근 철도경쟁체제 도입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만성적자와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급히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과 단지 민영화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쟁체제 도입의 방식은 변했지만 반대 여론과의 접점없는 논쟁거리는 같다. '민영화'.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이 지난 2005년 이후 4조5000억원 재정지원에도 연간 5000억원 이상 적자가 지속되고, 부채 또한 급증해 지난해 기준 11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열차 운행 총거리(영업거리)는 3101㎞(1995년)에서 3559㎞(2011년)로 늘었지만 인력은 3만7000명에서 2만9500명으로 줄어들며 노동여건이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여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설분야 동반부실까지 발생하는 악순환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이런 코레일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지난 한 해 내내 논란을 일으켰던 민간기업 참여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결정했다.
 
서너달의 논의 끝에 우리나라 실정에 꼭(?) 맞는 '독일식 모델'을 결국 선정했다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금의 코레일은 지주회사형으로 전환하고 서비스별 자회사를 두는 형태다. 구체적으로 철도공사는 간선여객수송과 지주회사 기능만 갖고, 여객부문인 수서발 KTX를 올해 중 철도공사 지분 30% 이내, 연기금 등 지분 70% 정도의 자회사로 만들고, 단계적으로 물류(2014년), 차량정비(2015년), 유지보수 및 자산관리(2017년) 등의 자회사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당장 오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를 둬 모회사인 철도공사와 유효경쟁을 확보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서울역발 KTX 대비 기본운임을 10%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토부의 계산대로 요금을 그 수준까지 내려가지 못할 경우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서울메트로 9호선이나 신분당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종국에는 요금 인상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요금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인력 유지 등 비용절감이 필수다. 이를 위해 철도 기관사를 줄이거나 역무원을 무인화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재 철도공사가 가지고 있는 관제권도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러한 조치들은 안전성에 매우 치명적이다.
 
민영화와 관련된 의문도 풀리지 않는다. 국토부는 수서발 운영회사의 출자구조를 철도공사 30%, 연기금 등 공공자금 70%로 구성해 민간 기업 매각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 민영화 추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정관쯤은 주주총회를 거치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수서발 KTX 노선이 외국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실제 한-미 FTA 협정에는 철도부문에 있어서 지난 2005년 6월30일 이전 개통노선에 대해서는 개방을 허용치 않는다. 하지만 수서발 KTX는 경부선과 호남선의 일부구간으로 언제든 외국자본이 먹튀를 노릴 만한 헛점이 노출돼 있다.
 
또한 국토부는 우리나라 실정에 독일식 모델이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깊숙히 들여다 보면 분명 차이점이 존재한다.
 
독일 철도공사의 경우 운영과 건설 부문이 통합된 형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안은 운영과 건설이 분리된 현 구조에서 운영 부문만 별도로 지주회사를 두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환경이 다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독일식 모델을 끼워 맞춘다는 우려까지 낳게 됐다.
 
어느 부문에서든지 독점이나 독과점을 허무는 것을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이 애용하는 이동수단을 무리한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서비스 질을 낮추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올바른 정책이라 할 수 없다.
 
국민이 원치 않는 정책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물론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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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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