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이면 된다더니..더 커진 세입구멍

하반기 회복 더뎌 2차 추경 불가피할수도

입력 : 2013-06-2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조세수입 상황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각종 부양책을 내 놓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추경으로 대폭 삭감해 놓은 세입예산마저 끼워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대대로 하반기 경기가 회복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세입구멍을 메우기 위한 제2차 추경도 불가피하다.
 
20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말까지 국세수입 실적은 70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조7000억원이 덜 걷혔다.
 
지난 4월에 국회를 통과한 추경예산안에 따른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은 199조원으로 35.4%의 진도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수진도비는 지난해 같은기간 41.2%보다도 5.8%포인트나 낮은 상황이다.
 
(자료=국세청)
 
금액도 금액이지만 세금이 거둬들여지는 속도도 늦다는 것.
 
국세청이 아직 공식집계를 발표하지는 않고 있지만 종합소득세 신고분이 포함되는 5월 세수입 역시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추경예산의 세입도) 현재로서는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5월 세수입실적도 4월말과 비슷하거나 (부족분이)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종합소득세 신고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고매출 사업자들의 경우 6월말까지 신고하는 성실신고확인대상에 포함되어 있지만, 덩어리가 클수록 세수입 감소폭도 커질 수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뒤져도 돈 나올 구멍이 없다
 
세수입 부족현상은 국내 경기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기업이익과 가계소비가 줄면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굵직한 핵심세목에서 세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국세청이 올해 4월까지 거둬들인 법인세는 16조 5000억원으로 이 역시 전체 세수진도비와 마찬가지로 36% 수준에 그치고 있다. 1년전 같은 기간 법인세수는 20조3000억원, 진도율은 44.2%였다.
 
올해 거둬들이는 법인세는 전년도 실적이 반영되는데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1510곳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조7000억원이 감소했고, 이익률은 3.8%로 전년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올 1분기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에 중간예납 등의 중간정산 세수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625개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한 286조4214억원이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7%나 감소한 14조4965억원에 그쳤다.
 
특히 국내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70%에 가까운 69개 기업이 전년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거나 적자를 기록했다.
 
민간소비가 저조하고 수입도 줄면서 소비에 의한 부가가치세수도 기대 이하다. 부가가치세는 4월까지 25조4000억원이 걷혔지만 올해 목표액에 비해서는 1조6000억원이 덜 걷혔다.
 
정부가 비과세감면 정비와 함께 중요한 세수입확충 방안으로 제시한 역외탈세 차단도 떠들썩한 외형과는 달리 당장의 세수입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비과세감면 정비는 올해 연말에나 통과될 수 있는 세법개정사항들이고, 역외탈세 등 탈세차단을 위한 세무조사 추징액은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몇년이 걸려서 국고에 들어올지도 알수 없는 노릇이다.
 
국세청과 관세청이 세무조사를 아무리 강화해도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 세수입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노기성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에 더 나아질 거라고 늘상 외치지만 지금 보면 하반기에 회복을 가져올만한 것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선진국 경기가 더 좋아진다던가 조선이나 자동차 경기가 회복된다든지 좀 더 가시화되는 부분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추경은 절대 없다고 했는데…
 
정부는 지난 4월 당초 예상했던 세입보다 세금이 6조원이나 덜 걷힐것 같다면서 세외수입 부족분 6조원을 포함해서 세입예산 12조원을 삭감하는 추경예산을 짰다.
 
그런데 국세청 등 과세당국이 이 삭감된 세입조차 맞추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들어오는 세입이 없으면 세입만큼 쓰겠다고 한 세출도 있을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추가적인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심혜정 세수추계과장은 "정부는 추경요인 등이 반영이 되어서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가 지금보다는 잘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세입이 추경보다 부족하게 된다면 추가적인 대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치라는 것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첫번째로 매년 지출예산의 5% 수준인 10조원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는 불용예산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세수입이 적으니 정책을 펴지 말고 불용으로 넘기라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입때문에 불용을 맞추는 것은 그야말로 '나쁜예'가 될 수 있다"면서 "가능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기획재정부는 불용액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집행계획까지 수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부족해지는 세입만큼 한번 더 세입예산을 고치는 추경을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이미 가용할 대책을 쏟아낸 상황이라 다시 추경을 한다면 국채발행이라는 방법 밖에 없다. 이미 1차 추경을 통해서만 관리재정수지는 23조2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추경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추경과 부동산 대책,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켜서 2차 추경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추경은 통상 예산편성과 집행 사이에 2분기 정도 시차가 있다는 문제도 있다.
 
곧 하반기에 들어서는 지금 2차 추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편성을 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2차추경의 효과는 내년에 가서야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올 상반기에 정부가 추경예산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국회를 압박한 것도 같은 이유때문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좀 더 가팔랐으면 하는 것이 정부의 바램일텐데 지금 그런 큰 변수가 안보인다"면서 "2분기 지표들을 더 봐야하겠지만 하반기 전망도 회복의 기울기가 예상보다 더 완만하지 않을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어 "추경도 좋지만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실물부분에서 돈이 돌아가고 소비가 살아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상반기에 정부가 대책을 내 놨는데도 돈이 안 돌고 있다. 실물이 더 돌 수 있는 단기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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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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