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일부 공기업은 기관장 인선작업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기관장 인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색깔 지우기와 임기초 부진했던 모습을 만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 등 입방아가 한창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111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최고점인 S등급이 전무한 가운데 B등급 이하가 95곳이나 됐다. 특히 최하위 등급으로 기관장 해임건의 대상인 E 등급은 7곳으로 전년보다 6곳이나 늘었다.
평가결과를 브리핑한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평가가 인사의 중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판단은 박근혜 대통령 권한"이라며 당장 인사조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비쳤다. 그러나 정부가 그간 보여준 행동을 보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은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역시 "정부와 철학이 다르거나 전문성, 조직 장악력, 업무수행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기관장 사퇴를 압박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사진제공=뉴스토마토)
실제로 대통령의 발언 후 에너지관리공단과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주요 기관장이 사임했다. 각각 임기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이나 남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공기업을 동원해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을 추진한 만큼 박 대통령은 MB정권의 색깔을 지우고 차별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은 올해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점수를 전년보다 낮게 받은데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09개 공공기관 중 C·D·E급은 전체 37.6%였지만 올해는 49.5%가 낙제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부 기관장 인선에 제동을 걸었다. 한창 기관장 공모와 후속 조치가 진행돼야 할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일련의 과정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스톱했다"며 "위에서 그러라니 그런 줄만 안다"고 언급을 피하면서도 공모에 신청한 후보자들에게 결격사유가 있다거나 인선 자체에 이견이 생긴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쪽에서는 경영 성적표로 기관장을 압박하고 다른 쪽에서는 인선을 중단시키는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기관장 인사를 통해 부진했던 임기초반의 분위기를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정책학회 관계자는 "새정부가 임기초에 장관 인선에서 혼란을 만들며 점수를 다 깎아 먹었다"며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투명성을 쌓는다는 명분으로 기관장 인사를 요란스럽게 해 이미지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MB정부에서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많았던 만큼 경영평가로 기관장을 내보낼 명분은 충분히 생긴 셈"이라며 "다만 지나치게 요란한 인선 작업과 기관장 공백은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