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포기 발언이 실제로는 서해평화수역 설치 구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 동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논리라면 박 대통령도 NLL을 포기한 셈이된다. 그는 또 대선을 앞두고 10.4 남북정상 합의에서 '기존의 경계선이 지켜졌다'고 분명히 언급하기도 했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24일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문을 공개했다.
지난 20일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발췌문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폭로한지 나흘 만이다.
그러나 공개된 발췌문에서는 정작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
대부분 노 전 대통령이 서해에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자고 김 전 위원장과 논의하고 설득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평화수역 설치가 NLL 포기라고 여론몰이에 적극 나섰다.
발췌문 중 경악스러운 NLL 포기 발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NLL을 평화 경제지도로 덮겠다'고 발언한 내용 등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발췌본이 공개되기 전인 24일 오전까지는 전문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오후에 국회에 발췌본과 전문이 도착한 뒤에는 “민주당과 협의한 뒤 전문 공개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서해평화수역 구상을 NLL 포기로 몰아가는 새누리당의 논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NLL을 포기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관계를 개선시킬 비책을 질문 받자 "기본적으로 역대 정부가 약속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한 것이다. 인도적 지원이나 상호호혜적인 사업은 정치 환경 변화가 있더라도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질문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10.4남북정상선언 같은 남북 기존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건데, 거기에 포함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문제도 마찬가지인가”라고 이어서 묻자 박 후보는 “남북 간 합의에 서해에서 기존의 경계선을 존중한다는 게 분명히 들어 있기 때문에, 그런 정신만 지켜진다면 10.4남북정상선언 합의에 포함된 여러 가지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박 대통령은 10.4 선언과 남북합의에서 기존 경계선을 존중한다는게 분명히 들어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NLL이 지켜졌다는 것을 본인이 스스로 말했다. 또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는 물론 10.4 선언의 합의에 포함된 더 많은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박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DMZ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돼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 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 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 역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비슷한 성격의 정책으로 새누리당의 논리에 따르면 이는 '휴전선' 포기, 영토 포기 발언으로 해석해야 한다.
(사진 = 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