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올 들어 우리 증시는 선진국 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대체적으로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 하단을 1900선 전후로, 상단을 2200선 전후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 출구전략, 엔화 약세, 기업 실적 둔화 등 여러 악재들이 증시를 괴롭혔지만, 동시에 밸류에이션 매력, 경기회복 등 호재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수 자체의 움직임 보다는 업종과 종목별 선별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업종별 하반기 흐름을 전망하는 기획을 준비했다.(편집자주)
연초 제약·바이오 업종은 대규모 일괄약가인하와 기저효과 속에서도 나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월 중순 이후는 여러 이벤트들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특히 지난 2012년 4월 시행된 약가인하제도 시행 이후 약 1년간 지속적인 주가 상승 국면을 이어오다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제약·바이오 업종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점차 상승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 "2분기 바닥 찍고 하반기부터 상승 국면"
2분기 코스피 제약업종은 대형업종에 대한 기대감, 코스닥 제약업종은 셀트리온 사태와 헬스케 어 업종 실적부진으로 인해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의약품 업종 월별 평균 주가 수익률(자료제공=신한투자증권)
상위제약사들도 시장점유율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키움유니버스 제약업체 8개사의 경우 원외처방액 합산실적기준 5월 시장점유율은 3개월 연속 20.2%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5월 원외처방액도 전년동월대비 2.6% 감소하며 부진했다.
이알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제약업종은 저평가 매력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원외처방 조제액 성장이 둔화돼 내수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해외 진출의 실적 반영이 지연돼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는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상위사들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대형사 상위업체들의 내수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라며 "일괄약가인하 등에도 불구하고 대형사들의 실적은 턴어라운드 됐고, 자체개발 신약의 상용화와 매출 확대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성장 전망이 밝다"고 진단했다.
배기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약가 인하가 없을 예정이기 때문에 중장기 투자 매력이 높다"며 "제약업종은 밸류에이션 부담은 있지만 이익의 안정성과 성장성이 그 어느 업종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출 실적 확대가 예상되고 기술개발(R&D) 모멘텀에 대한 기대도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수출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며 "유니버스 제약 5개사 합산 수출액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전년동기대비 27.1%로 늘어나며 4분기 이후에는 상위 제약사들의 원료 의약품(API)와 완제의약품 수출 확대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국내 제약사들의 임상 승인건수가 대폭 확대되고 있는 등 향후 2014년에서 2015년까지 실적 가시성이 높은 R&D 파이프라인과 관련된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R&D와 의약품 생산 관련 아웃소싱의 아시아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만큼 국내 제약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정책 변곡점..변동성 속 '옥석 가리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제약·바이오 업종의 외부 환경이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타업종과는 달리 유난히 정부 정책에 있어서 변동성을 많이 겪어온 만큼 이같은 정책 모멘텀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2013년을 '제약 르네상스 원년'으로 삼고 제약 산업 강국 도약을 위한 5대 추진 전략을 세운 상태다.
2020년까지 블록버스터 신약 3개, 해외수출 48조원 달성, 세계 50대 제약 업체 2개 등을 목표로 삼고 국가 R&D를 전략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R&D 투자 인센티브 확대, 투자자금 공급 채널 확충, 자발적 M&A와 기술 제휴 등을 유도할 방침이다.
김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노력이 지속되면 제약사들의 효율적인 재정 운영이 가능하다"며 "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의약품에 집중하게 되고, 과거 할인을 받아오던 전통 제네릭 비즈니스 모델(GBM)을 기반으로 R&D 능력과 유통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들의 중장기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배기달 연구원은 "건강보험 재정이 양호하기에 추가적인 큰 폭의 약가 인하도 없을 것"이라며 "약가 인하만 없다면 내수 시장은 2015년까지 연 평균 4.1% 정도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우호적인 정부 정책 기조 아래 제약·바이오 산업이 스스로 '옥석가리기'를 통해 점차 우상향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올해 제약·바이오 업종 성장률은 약 8~1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7월부터는 위축됐던 원외처방 시장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은 올해 제약업종은 매출 성장률 11.0%, 영업이익 증가율 34.8%를 기록해 다른 섹터와 비교했을 때 성장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혜린 연구원은 "원외 처방 감소가 시작된지도 1년이 넘었고, 보건 의료비 특성상 지속적으로는 감축할 수 없는 만큼 하반기에는 점진적으로 원외처방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며 "7월과 8월 처방 성장률률을 각각 18.5%, 11.9%로 높게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기달 연구원은 "제약업종의 의미 있는 상승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인 8월 이후로 예상한다"며 "최근 조정을 거친 밸류에이션 매력 높은 종목에 서서히 관심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