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결국 대외여건에 맡겨진 한국경제

입력 : 2013-06-27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27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새로운 내용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3월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발표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후속조치들만 나열된 수준.
 
추가경정예산 편성, 부동산 대책·투자활성화 대책·수출지원 대책 등 정책패키지 발표가 잇따른 상황에서 불과 3개월여만에 추가로 꺼낼 만한 카드도 마땅한게 없기 때문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는 연간 정책방향이 3월18일에 나왔다. 3개월 정도 밖에 안 되어서 다시 뭔가를 내기도 어렵고, 이미 각종 로드맵과 정책들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상반기 정책의 점검과 보완을 어떻게 할지 스케쥴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불과 3개월만에 0.4%포인트나 상향한 것 또한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정부는 3개월전 2.3%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할 때 이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상반기 발표될 정책패키지가 효과를 발휘한다면 2.7%~2.8%까지 올해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2.7%는 추경과 각종 정책들의 성공가능성을 자신하는 자신감의 표출이자 대외경제여건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수치다.
 
대외변수가 없다는 가정 하에 펼쳐 놓은 정책들만 성공한다면 2.7%의 예상이 들어맞을 거라는 것.
 
최상목 국장은 "추경과 정책효과를 0.4%로 본 것"이라며 "대외여건은 플러스와 마이너스요인이 다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긍정적이지만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번 봤을때보다 떨어진 측면이 있고, 엔화의 방향성이 아직은 불안하고,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상쇄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상쇄돼 '0'을 이룰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이 들어 맞기에는 대외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에 있다.
 
유로지역은 성장둔화폭이 줄고는 있지만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국제금융시장은 5월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달 들어서는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관련 발언 이후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5월22일 이후 한달간 우리나라 증시는 6.6%가 빠졌고, 미국(-4.1%) 일본(-15.4%), 인도(-7.1%), 중국(-9.6%), 브라질(-14.3%) 등의 증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유출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대비 신흥국의 통화도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인도는 6.7%, 브라질은 9.9%, 멕시코는 7.2%나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일본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회의론 등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실패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료=기획재정부)
 
양적완화 문제에 대해 정부는 아직은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 낮은 단기외채 비중 등 재정의 건전성 측면에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양호하므로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영향이 굉장히 차별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3년간 세계경제는 유로존 위기나 일본의 대지진 등이 3~6월에 집중되면서 1분기에 반등한 뒤 2분기 이후에 다시 둔화되는 이른바 '썸머 슬로우다운'(summer slowdown) 현상이 반복됐는데, 올해 같은 현상이 일어날지도 주목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는 지금은 누구도 실패다 성공이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세계경제 회복세가 좀 가팔랐으면 좋겠는데, 큰 변수가 안보인다. 정부가 판단을 잘해야 한다. 정책노력을 상쇄하는 것을 줄이는 노력을 우선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국장은 "이번 양적완화 축소문제는 미국의 경기회복세와 맍물려 있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시장의 악재와는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현재상황에서 리스크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예단할수는 없고, 준비하고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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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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