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와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들이 지난 4월 드림식스 배구단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결국 우리카드는 드림식스 배구단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배구계를 뒤숭숭하도록 만든 것은 물론 금융회사로서 신뢰도의 문제까지 거론됐던 최근 일련의 사태는 끝내 원점으로 돌아왔다.
어찌됐건 한국배구연맹(KOVO)의 관리구단 체제로 불안정하게 운영된 과거 드림식스 배구단이 안정적인 모기업을 만나 건실하게 운영될 환경이 조성된 상황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배구계와 드림식스 선수들은 물론 우리카드도 많은 손실을 입었다. 선수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고, 배구계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처지가 됐으며, 우리카드는 막대한 이미지 손실을 입었다.
◇인수전 참여 후발 주자로 끝내 인수, 하지만…
드림식스 배구단은 대우자동차판매의 금융분야 자회사인 우리캐피탈이 2009년 7월 창단한 프로구단이다. 그렇지만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인해 우리캐피탈은 전북은행에 인수됐고 전북은행은 배구단 운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드림식스 배구단의 수난은 시작된다.
전북은행이 배구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드림식스 배구단은 지난 2년간 KOVO 관리구단 자격으로 V리그에 출전했다. 모기업이 있을 때와 달리 불안정한 구단운영이 불가피했다. KOVO는 드림식스 배구단을 인수할 기업을 찾기 시작했다.
KOVO는 지난 3월7일 드림식스 배구단의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입찰전에는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과 우리카드가 참여했고, 결국 우리카드가 인수 적격자로 선정됐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가 드림식스 네이밍 스폰서 등 다양한 형태로 배구계에 기여를 하긴 했지만 "안정적인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라는 이유에서다.
우리카드의 배구단 운영 의사도 강했다. 공식 회견에서 "한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고 지난 5월에는 초대 사령탑에 '아시아의 거포'로 불리우던 유명 선수출신 감독인 강만수 감독도 선임했다. 인수 절차는 순탄히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14일 우리카드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에 이순우 회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회사 민영화를 위한 조직축소·수익제고 일환으로 배구단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이 회장은 한 언론 매체와 가진 인터뷰 도중 "자생력이 없는 우리카드가 배구단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4월1일 우리은행의 카드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한 카드회사다. 이순우 현 회장은 이팔성 전 회장이 드림식스 배구단 인수를 결정했을 무렵 우리은행장을 맡던 사람이다. 자신이 인수에 참여한 배구단을 포기한 것이다.
결국 각계각층의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인수전에 후발주자로 참여해서 인수한 후 갑자기 다른 경로를 통해 인수를 파기한다는 상황에 대해 비판을 넘어 비난도 많았다. 금융사로서 신뢰도에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무책임한 언동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게다가 "위약금의 할인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와 각계의 비판은 더욱 커져갔다.
우리카드는 가입금(4억원), 배구발전기금(16억원), 서울 연고권료(20억원) 등 구단 양수·양도 계약에 따른 총 인수금(40억원) 중 20억원을 이미 연맹에 냈다. 만약 인수를 포기할 경우 위약금(60억원)을 내야 한다. 우리카드가 이를 깎으려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인수는 했다. 그러나…
인수에 차질이 생기자 KOVO는 지난 21일 우리카드에 "26일 정오까지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우리카드는 26일 정오 무렵 입장 표명시한을 오후 6시로 늦춰 달라고 요청한 이후 같은날 저녁에 "예정대로 인수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KOVO에 보냈다.
결국 돌고 돌아 드림식스 배구단의 인수를 확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선수단을 포함한 배구단 관계자와 배구계, 배구 팬들까지 모두 상처를 입은 후였다. 우리카드 스스로도 신뢰도에 '셀프 테러'를 가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드림식스 주장 송병일은 "우리캐피탈 사태 때 겪던 아픔을 다시 겪을까 무섭다. 선수들 모두 걱정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카드의 인수 결정이 발표된 이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려진 인수 확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카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감이 짙다. 비난 여론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로 배구단의 인수를 결정했다는 후문이 뒤따른다. 더불어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해 구단의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원호 KOVO 사무총장은 "우리카드도 계약파기에 대한 후폭풍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규정상 1년간 구단을 양수·양도할 수 없고, 매각 작업은 총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안전장치가 있어 결정을 쉽게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 총장은 "큰 금융회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상도의를 져버리지 않고 최소한 1년간 배구단을 정상 운영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여러 구단 대표들이 진정성을 믿어보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카드가 연맹에 아직 내지 않은 금액인 20억원을 유예해 KOVO와 우리카드의 계약 상태를 이어가는 '안전장치'도 고려하긴 했지만, 이럴 경우 KOVO가 원안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미납부금도 예정대로 7월 말까지 받기로 했다.
◇떨어진 신뢰를 찾을 시간은 많다.
금융사라는 기업 특성과 달리 우리카드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건실한 기업이란 사실과 별개로 '말바꾸기'는 언제든 다시 또 저질러질 수 있다.
만약 정말 마음을 고쳐 제대로 배구단을 운영해 신뢰를 찾고 싶다면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면 된다. 어짜피 드림식스 배구단의 인수를 확정한 이상 앞으로 배구단을 운영하면서 행동으로 보이면 족하다.
지난 두 시즌 고생한 선수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적극적 운영 행보로 신뢰를 쌓으면 된다. 개최일이 얼마 남지않은 대회인 KOVO컵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젠 수습해야 한다. 신뢰는 다시 쌓으면 된다. 우리카드의 결단과 실천에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드림식스 배구단의 주장 송병일이 구단 인수를 결정한 우리카드에 보낸 감사편지.(사진제공=송병일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