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발언 이후 휘청거렸던 뉴욕증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우지수가 사흘째 랠리를 이어가며 1만5000선을 회복하고 S&P500지수가 1600선대로 올라선 것이다.
월가에서는 버냉키 쇼크를 딛고 일어선 뉴욕증시가 다시 상승 랠리를 재개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냉키 쇼크 딛고 美증시 사흘째 '랠리'
◇다우존스 지수 주가차트 (자료제공=이토마토)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14.35포인트(0.77%) 오른 1만5024.4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5일 100.75포인트 오른데 이어 26일 149포인트, 27일 114포인트로 사흘 연속 세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9월 4~6일 이후 1년 9개월만의 일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뉴욕증시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 이후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움직여준다면 올해 말 매월 85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양적완화를 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버냉키 발언 이후 다우지수는 순식간 200포인트 하락했으며 이후에도 하락세를 지속, 지난 24일 1만4659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하지만 지난 25일부터 사흘 연속 세자릿수 상승을 유지하며 1만 5000선 회복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18일 1651.81이었던 S&P500지수도 24일 1573선까지 주저앉았다가 반등에 성공, 26일에는 1600선을 회복했다.
토마스 니하임 크리스티아나트러스트의 펀드매니저는 "지난주 시장은 비관적이었고,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과도하게 반응했다"며 "이제서야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랠리 동력은 양적완화 축소 우려 '완화'
급락했던 뉴욕증시가 안정을 되찾은 배경에는 지표 호조와 양적완화가 자리 잡고 있다. 25일과 27일 모두 소비와 주택지표, 고용지표 등이 개선되면서 투자심리를 살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표 호조가 지수 상승의 주된 요인은 아니며 양적완화(QE)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실제 25일 지표 호조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한 뉴욕증시는 이튿날인 26일에는 성장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랠리를 이어갔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1.8%(연율기준)로 시장 예상치 2.4%를 한참 밑돌았지만 다우지수는 150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S&P500지수는 1600선을 회복한 것이다.
토드 쉔버거 래드콜트 캐피털 운용 파트너는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쳤다면 이는 미국 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지표 부진을 연준이 양적완화를 연장해야한다는 신호로 해석, 호재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특히, 연준 위원들의 잇따른 시장 달래기 발언이 투자심리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주 초반 "출구전략 공개시점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연준은 경제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추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더 분명한 신호를 기다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뒤 이어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준 총재는 24일 “미국 경제가 앞으로도 부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시기도 임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 역시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시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면서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는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에도 연준 위원들의 발언은 이어졌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와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준 총재가 "양적완화는 경제 상황에 따라 축소되거나 심지어 증가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데이비드 카터 레녹스 웰스 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점진적인 양적완화 축소를 위해 시장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 되찾은 美증시..상승랠리 재개?
이제 월가의 관심은 충격을 딛고 안정을 되찾은 뉴욕증시가 다시 상승 랠리를 재개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려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안이 대체로 누그러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올리머 퍼쉐 개리골드버그 파이낸셜 매니저는 "최근 발표된 지표들을 고려할 때 양적완화(QE)에 대한 연준의 입장이 올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지난주 시장의 조정은 과했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투자전략 부문 대표도 “증시 강세장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으나 다시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한다”며 “주식만이 적절한 밸류에이션과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양호한 수익이 가능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설사 연준이 출구전략을 시행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다.
글렌뷰 캐피탈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로빈스는 “연준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이자율이 상승하더라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주식은 장기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반면, 당분간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신중론도 여전하다.
마크 헐버트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이번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시장은 여전히 조정국면에 들어 서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스파 스티플 니컬라우스 스트래티지스트도“앞으로 지수가 몇 일간 조정을 보인다면 S&P500지수가 1600선을 지켜낼 수 있을지 봐할 것”이라며 "지수대를 지키지 못하면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다가오면서 몇 자례 조정을 더 경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