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2010년 11월 자본금 12억원으로 시작한 우암건설.
극동유화그룹 장홍선 회장의 차남 장선우 극동유화 전무가 지분 71%,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외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29%의 지분을 각각 투자했다. 두 사람은 2012년 자본금 5억원을 증자할 때도 기존 지분율을 유지했다.
둘은 올해 38살 동갑내기로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설립 이듬해인 2011년 우암건설은 매출액 120억원, 2012년 196억원을 올렸다. 그리고 올 1분기에만 12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부동산 침체로 대·중소 가릴 것 없이 건설사들이 최악의 업황을 맞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암건설 연도별 그룹별 수주 및 매출 추이(자료출처=2011년 및 2012년 감사보고서)
2011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우암건설은 극동유화그룹, 금호그룹, CJ그룹, 한국타이어 네 곳으로부터 연간 실적 100%를 올렸다. CJ로부터 매출액 기준 절반에 가까운 49.3%의 수주를 기록한 가운데 극동유화로부터도 37.0%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어 금호로부터 8.3%, 한국타이어로부터 5.4%의 수주를 기록했다.
2012년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도 이 같은 집중 수주는 이어졌다. 특히 이 기간 한국타이어(34.4%)와 금호(22.9%)에 대한 매출 비중이 급증했다. 이어 CJ가 15.3%, 극동유화가 13.8%의 매출 비중을 각각 담당하면서 이들 4개 그룹으로부터 전체 매출의 86.4%를 올렸다. 변종 일감몰아주기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했다.
특히 박세창 부사장이 우암건설 지분에 참여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한 직후였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 급격히 몸집을 불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재정난에 허덕이던 때였다. 그로서는 모그룹이 휘청거리는 데도 딴 곳에 한눈을 판셈이다.
또 그가 지분율 29%만을 유지한 것을 놓고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총수 또는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특정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경우 해당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때문에 지분율 29%는 상호출자제한 대상인 금호그룹 계열사로 편입하지 않는 최대치인 셈이다.
한국타이어로부터의 수주도 특수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08년 검찰수사로까지 번진 코디너스 주가조작 의혹 당시 조현범 현 한국타이어 사장은 장선우 극동유화 전무 등 함께 어울려 지내던 재벌 2세들과 함께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세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조 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로 지난 2001년 이 대통령의 3녀 수연씨와 결혼했다. 집권 첫해 사위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 시세 차익을 올린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까지 오르자 이 대통령은 상당히 큰 부담을 느꼈다는 게 당시 청와대 기류였다.
가뜩이나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정권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위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당시 청와대는 우려했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편 우암건설에 집중된 이상한 수주에 대해 의혹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우정에서 비롯된 선의의 일”이라고 항변했다. 또 “경쟁입찰에 따른 공정거래”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금호그룹 측은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 박 부사장이 투자 요청에 응한 것”이라며 “투자라기보다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감을 몰아준 적도 없고 박 부사장이 개인적으로 이익을 본 것도 없다”면서 “최저가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선정됐다. 이 또한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문제가 불거진 터라 지분정리 과정에 있다”면서 “둘도 없는 친구를 돕기 위한 선의의 차원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극동유화 측 역시 “옛 세양건설 직원들과 다시 함께 하기 위해 회사(우암건설)를 차렸다. 회장님의 반대가 심해 장 전무가 친구인 박 부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문제로 지적한) 극동유화, 금호, 한국타이어, CJ 모두 공개입찰을 거쳤다.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타이어도 마찬가지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내용조차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 못할 정도로 여기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두 사람이)선후배인 것은 맞지만 모든 입찰은 회사 시스템에 따라 경쟁입찰을 거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이와 관련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