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제조업경기 온도차..美·유럽'선전' vs 中 '고전'

입력 : 2013-07-02 오후 1:53:31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금융위기 이후 부진을 지속했던 선진국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까지 제조업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 
 
반면, 그 동안 글로벌 경기 회복을 이끌었던 중국 등 신흥국의 제조업 경기는 둔화되고 있어 향후 세계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살아나는 선진국 제조업 경기..美에 유럽·일본도 가세 
 
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현재까지 총 28개의 6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됐다. 이 가운데 22개국은 전월대비 상승,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의 제조업 경기 회복세가 눈에 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6월 제조업 PMI 지수가 5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49는 물론 전문가 예상치인 50.5를 뛰어넘은 수치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고용지수가 홀로 50.1에서 48.7로 하락했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인 50을 밑돈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6월 공장 신규주문지수나 생산지수가 51.9, 53.4로 각각 3포인트, 4.8포인트 개선되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은행 관계자는 “고용지표 개선만 따라준다면 미국 제조업 경기는 연방준비제도가 충분히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도 될 만큼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유럽도 경기회복에 동참하고 있다. 마르키트가 발표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6월 제조업 PMI 최종치는 48.8을 기록했다. 5월의 48.3과 앞서 발표된 예비치인 47.8보다도 개선된 수준이다. 또 최근 16개월 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국가별로는 영국과 프랑스의 경기회복이 두드러진다. 영국 PMI는 6월 52.5를 기록,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도 48.4로 최근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안정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생산과 신규주문이 6월 거의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 3분기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제조업 경기도 회복 조짐이 뚜렷하다.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대형 제조업체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단칸지수는 올 2분기 4를 기록, 전분기대비 무려 12포인트 급상승했다.
 
이는 시장예상치인 3을 웃돈 것이며 수치로는 2011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비제조업 단칸지수 역시 6포인트 상승하며 12를 기록했다.
 
BOJ는 또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전분기대비 5.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5% 증가를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2%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는 아베노믹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로 사이토 NLI 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로 대기업 체감경기가 크게 개선됐다”며 “엔저가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면서 경제 전반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후 경제회복 이끌던 중국·한국 '시들'
 
반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던 중국은 반대로 글로벌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6월 제조업 PMI가 50.1로 전월 50.8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망치에는 부합했지만 최근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같은 날 HSBC가 발표한 중국의 6월 제조업 PMI 확정치는 48.2로 9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불거진 중소은행 자금경색 우려 등으로 기업들이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제조업 경기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HSBC는 경제지표 부진과 경제 개혁 가속화로 당분간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며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2%에서 7.4%로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같은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25%에서 7.75%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경제에 대한 과다한 투자거품이 사라지면서 연간 성장률이 7%를 밑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는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HSBC가 발표한 한국의 6월 제조업 PMI는 49.4를 기록,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50을 하회했다. 신규 주문과 생산 모두 감소했으며 고용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HSBC는 이에 따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4%로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JP모건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기존 3.1%에서 2.9%로 낮춰잡았다.
 
이들 투자은행들은 중국 경제회복 회복 약화에 따른 수요 부진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레스 래더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들어 신흥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은 세계 수요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증가하기 전까지 부진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아시아부문 리서치 대표도 "아시아 지역은 선진국 경기회복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출구전략 우려 등으로 3분기 경기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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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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