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회가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열람·공개키로 결정함에 따라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의 왜곡 여부가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대화록 발췌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체를 포함한 국정원 개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이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님"자를 붙이고, "저"라고 자신을 낮추는 등의 '저자세'를 견지한 것처럼 왜곡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국정원발(發) 발췌본과 전문을 비교하면, 발췌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세 곳에서 "위원장님", 두 곳에서 "저는"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그러나 전문에서 나타난 노 전 대통령의 자세는 이와 사뭇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 "나는"이라고 분명히 말한 것이다.
더욱이 전문은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바 없음을 명백하게 알 수 있게 해주지만, 발췌본은 이를 의도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 여기에는 커다란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이용 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NLL 분쟁을 막자고 제안했음이 전문을 통해 확인된다.
국정원 발췌본은 이러한 제안이 나오게 된 노 전 대통령의 배경설명을 생략해 정황과 맥락을 알 수 없게 짜집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뉴스타파>에 의하면 국정원 대변인은 이와 같은 왜곡 경위를 묻는 질문에 "단순한 오타"라고 해명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이에 대해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이것(국정원의 발췌본을 통한 왜곡)이 대통령기록물을 불법적으로 공개한 것에 견주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배 대변인은 "보수언론은 이(국정원 발췌본)를 근거로 1면 머릿기사를 뽑았으니 마땅히 노 대통령과 민주당, 그리고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약속이나 한 듯 지난 6월25일 조간 1면 헤드라인을 "NLL 김정일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 한다"고 뽑아 국정원 발췌본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국회에서의 요구안 통과로 10일 이내에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 원본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국정원의 악의적인 발췌본 왜곡 의혹이 비등하고 있는 '국정원 해체' 요구에 결정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