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달러·엔 환율, 100엔 돌파..엔저 재시동

달러 강세 · 아베노믹스 신뢰도 회복
100엔선 유지는 美고용지표 결과에 달려

입력 : 2013-07-03 오후 3:17:08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한달여만에 다시 100엔대 재진입에 성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책의 신뢰도가 회복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엔저 흐름에 다시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무난하게 103엔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오는 5일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 결과를 앞두고 이번 주 외환 시장에는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 환율, 한달여만에 100엔 복귀..달러 강세 재개
 
주춤했던 엔화 약세 기조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오후 2시37분 현재 전장 대비 0.34% 오른(엔화 가치 하락) 100.65엔을 기록하고 있으며, 장중 한때 100.86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달 5일(장중 최저가 기준) 이후 처음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해 11월부터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연출하며 지난 5월22일 연중 고점인 103.70엔을 달성한 바 있다.
 
이후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됨에 따라 엔화 가치는 지난달 13일 장중 달러당 93.79엔까지 다시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러화가 글로벌 타통화 대비 강세로 돌아선 가운데, 엔화 가치는 지난달 13일 이후 다시 급속한 내림세를 재개했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전일 장중 한때 지난 5월30일 이후 최고치인 83.613을 나타내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자료제공=대신증권)
 
◇美출구전략, 엔저 흐름에 기폭제..아베노믹스 신뢰도도 회복
 
엔화 약세 속도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는 데에는 연준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기폭제가 됐다. 지난달 19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거론한 이후 달러화에 매입세가 늘어나 엔저 재개를 이끈 것이다.
 
실제로 전일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 인물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며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힘을 실었다.
 
특히,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호전된 결과를 보이며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번주 초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6월 제조업 지수가 두달만에 다시 50선을 회복한 데 이어 전일 5월 공장주문은 전달대비 2.1% 늘어나 예상치를 웃돌았다.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최근 경제지표는 연준의 출구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달러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류 윌킨슨 밀러타박 스트래지스트도 "투자자들은 경제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달러화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정책 신뢰도가 높아진 점 역시 엔화 약세 흐름에 일조하고 있다.
 
오는 7월21일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승리가 점쳐져 아베노믹스의 정책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렸던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상황이다.
 
캐시 린 BK자산관리 환율 담당 전략가는 "미국 지표 호조로 인해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일본은행의 경기 부양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이에 달러·엔 환율이 100엔대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103엔대 복귀 가시화..이번주 고용지표가 관건
 
시장에서는 지난 5월 달성한 바 있던 달러·엔 환율의 103엔대 복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미 환율이 100엔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연내 103엔대 회복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러화가 랠리를 지속하며 엔화 약세를 계속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리스 워커 바클레이즈 외환 부문 스트래지스트는 "연준이 오는 9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할 수 있다"며 "달러화 강세 추세는 이번 분기에도 지속될 것이고 달러·엔 환율은 향후 3개월 내에 103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킷 저키스 소시에테제네랄 스트래지스트도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이 유럽과 일본에 비해 좋기 때문에 연준은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이에 달러화는 지금부터 수년간 랠리를 펼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달러인덱스는 10~15%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유노스케 노무라증권 외환 스트래지스트는 연내 달러·엔 환율이 103엔을 뛰어넘고 107엔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다만 연준이 고용시장 개선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번주 미국 고용지표 결과가 외환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도 당분간 거래를 늦추고 시장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우에노 다이사쿠 UFJ모건스탠리 증권 외환 스트래지스트는 "외환 시장은 오는 5일 발표되는 고용지표를 주목할 것"이라며 "달러·엔 환율이 100엔 위에 계속 머물 수 있을지는 미국 경제지표 결과에 달렸다"고 말했다.
 
토드 쉔버거 랜드콜트캐피탈 매니징 파트너도 "이번주 환율 시장의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불과 약 한달 전에 94엔까지 급락했던 달러·엔 환율의 기술적 반등을 피할 수도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바트 와카바야시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마켓 외환책임자는 "기술적으로 환율은 바닥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환율은 이번주에 무난히 101.3엔 부근까지 테스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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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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