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인 독립운동가 안경근 선생이 5·16 군사쿠데타 당시 영장없이 체포돼 복역한 데 대해 법원이 불법성을 인정하고 "국가는 선생의 유족에게 4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여미숙)는 4일 선생의 손자 안모씨(71) 등 유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혁명재판소 재판관들은 5·16 군사정변을 정당화하는 조직인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에 편승해 재판관에게 요구되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했다"며 "안경근 선생의 가족들이 입게 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비상계엄이 선포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이 가능했더라도, 선생의 피의사실만으로는 영장 없는 체포·구금이 허용될 정도로 군사상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수사과정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고들 입장에서 국가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에 비춰 손해배상 청구권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안경근 선생은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으로 일제강점기에 블라디보스토크와 만주 등지에서 김구 주석을 보좌하며 독립을 위해 싸웠다.
선생은 해방 이후 대구로 돌아와 1960년 민주구국동지회를 조직, 민족통일경상북도연맹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듬해 5·16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쥔 박정희 군부세력은 선생에게 여론을 왜곡한 점, 시위행진으로 사회질서를 문란케 한 점, 북괴의 평화통일론으로 국민을 선전·선동한 점 등의 혐의(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위반)를 씌워 혁명재판소에 세웠다.
현역 장교와 군 법무관 등으로 구성된 혁명재판소 재판부는 1962년 1월 선생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고, 안 선생은 상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형이 확정돼 투옥됐다가 1963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선생은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고, 이듬해 숨을 거뒀다. 안 선생은 투옥된 지 50년만인 2011년 재심을 통해서 무죄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