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가 전세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수도권은 만성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오히려 공급을 줄이기로 결정했고, 임대시장에는 자금줄을 대주며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매매시장 환경을 우선 개선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013년 주택종합계획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주택건설 인허가 계획을 총 37만가구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58만7000가구에서 37%나 적은 공급량이다.
대신 임대주택은 지난해 보다 8000여가구 늘어난 6만8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복주택을 포함한 공공 임대주택은 대부분 월세형 주택으로 전세수요를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족단위 소비층은 매월 지출을 아낄 수 있는 전셋집을 원하지만 정부의 주요 공급책은 월세집 확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월세형 주택으로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었다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넘쳐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전셋값은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전세난은 여전하다"며 "월세형 주택 공급 확대로는 수요가 많은 전세값을 끌어내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공급 감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정부는 임대차 시장에 예년보다 더 많은 유동자금을 흘려보내기로 결정하며 전세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는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납부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본인의 명의로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세보증금 소득세 면제 및 이자납입액의 40% 소득공제키로 했으며, 재산세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법 개정까지 하며 은행권으로부터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게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찬 유플러스리얼티 대표는 "이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세대출로 인해 유입된 돈이 전셋값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는데 정부는 또다시 전세난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의 성공여부를 떠나 정부는 돈을 흘리며 전셋값 상승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21㎡의 현재 전세 시세는 11억원이다. 지난해 말 10억원에서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올들어 1억원이나 추가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사진=한승수기자)
김성일 행운공인 대표는 "대치동이 죽었다고들 말하는데도 이곳은 수요 대비 물건 부족으로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돈이 부족하면 저렴한 곳으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상승은 한계를 드러내야 하는데 돈이 계속 들어오니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이 안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3% 상승하며 여름 비수기가 시작했음을 무색케 하고 있다. 봄 이사철인 5월 0.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에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지난 11년 사이 최고조로 올라왔다.
6월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6.7%로 2002년 10월 57.6% 이후 가장 높다.
이정찬 대표는 "공급 부족기 공급을 줄이고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전세난을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너무 많은 전세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매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