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정부가 급변하는 국제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통상에 나섰다. 특히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한-중 FTA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순방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한-중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 추진 등이 속도를 내는데 비해 對일본 경제협력은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국제 위상과 우리의 대일 수출입 비중을 고려하면 아직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일 경제협력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對일본 무역규모는 감소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80억달러 규모였던 대일 수출은 올해 같은 기간 160억달러로 10% 줄었고, 같은 기간 311억달러 정도였던 대일 수입은 289억달러로 6.9% 감소했다.
◇2013년 상반기 對일본 수출입 추이(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외형적인 무역규모만 아니라 양국의 경제협력도 후퇴하고 있다. 정부는 한-일 FTA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고, 지난달 말에는 기획재정부가 2005년부터 8년동안 이어오던 한-일 통화스왑을 종료하고 추가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4일 종료된 한-중 FTA 제6차 실무협상 결과 두 나라가 그동안 타협점을 찾기 어려웠던 상품 자유화 분야에서 의견접근을 이룬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한일 산업·기술협력재단의 한 관계자는 "일본을 두고 잃어버린 20년이라지만 아직도 세계 4위의 무역국"이라며 "우리나라가 당장 한-중 FTA나 유럽시장만 보고 일본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서 중요한 시장을 잃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기준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대상국이다. 또 정부가 한-중 FTA 다음으로 비중을 둔 RCEP과 TPP에서도 모두 가입 대상국이다. 일본은 동북아시아 경제권이나 아시아-태평양 경제권 모두에서 만만히 보기 어려운 경제대국인 셈이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 모형도(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더욱이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이 이미 일본 대기업을 추월해 경쟁상대가 안 된다는 인식과 달리 산업계에서는 아직도 한-일 협력이 활발하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일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지만 협력도 그 못지않다"며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르노삼성자동차와 일본 닛산자동차의 생산수탁을 비롯해
한국가스공사(036460)는 미쓰비시 상사와 자원개발을 합작했으며
LG(003550)는 물 처리 분야에서 히타치제작소와 협업 중"이라며 "정부가 우리 기업의 일본시장 확대를 위해서라도 對일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경제협력을 위해 정부는 우선 우리 기업의 일본 내수시장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는 "일본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해져 FTA 추진비율이 낮고 일부 농산물과 공산품에서는 관세철폐 유보했다"며 "FTA 보다는 각개격파식 시장 진출이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단 내수시장을 연 후 일본이 RCEP이나 TPP에 가입해 점차 관세를 낮추게 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직접 수출을 늘려도 늦지 않다"고 제안했다.
또 해외자원 개발에서 일본과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의 기술력을 전수받으면서 사업 파트너십 등 유대관계도 키울 수 있어서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관계자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신성장 동력을 발굴을 위해 해외자원 개발에 주력 중"이라며 "일본의 기술력과 우리나라의 자본을 결합한 개발모델로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일 FTA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일 FTA가 지지부진한데다 관심도 멀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RCEP나 TPP 등 발전된 FTA에서는 일본과의 유대·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FTA 추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한-일 FTA 가 어려워도 민간부문 협력을 통해 기반을 다져놓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는 공식적인 한-일 FTA 추진을 검토하지 못하지만 일본에서 우리 기업의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은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