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반짝이기보다는 진솔한 여운 남기는 연주하고파"

'제5회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우승자 선우예권씨

입력 : 2013-07-05 오후 2:49:59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지난달 30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제5회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무대. 한국인 출신 피아니스트가 총 3명이나 올라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 한국인 우승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결국 최종 우승의 영광은 금호영재 출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4·사진)에게 돌아갔다.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우예권은 서울예고 피아노과에 수석 입학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11년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했다. 현재는 줄리어드 음악원 대학원 과정에 재학 중이다.
 
국내 무대 데뷔는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했다. 2009년 플로리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자로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면서 뉴욕무대에도 섰다. 그 후 2010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6위, 2012년 윌리엄 카펠 피아노 국제 콩쿠르 우승 등으로 자신만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특히 3년 만에 열린 이번 센다이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에게 또 한 번의 도약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클라라 주미강은 2010년 제 4회 대회에서 바이올린 부문의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급부상한 바 있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외에 협연과 독주회, 음반녹음 기회 등 여러가지 부상이 주어지는데 이중 선우예권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음반녹음이라고. 이번 음반이 선우예권의 첫 솔로음반이 될 예정이다. 다음은 대회 직후 도미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이메일로 나눈 일문일답.
 
-피아노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배웠다. 어렸을 적 누나들이 둘다 피아노를 배웠었는데, 집에서 누나들 연습하는 소리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음악가에게 콩쿠르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콩쿠르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아마 콩쿠르를 즐겨 참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느 콩쿠르든지 참가할 때 따르는 부담감은 너무 크지만, 결과가 좋았을 경우 따라오는 기회가 좋기 때문에 참가하게 되는 것 같다. 나 스스로 콩쿠르에 대해 별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부담감만 커지고 집중을 못하게 될 것 같다.
 
-이번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의 분위기는 어땠나? 이번 콩쿠르의 결선에 본인 외에 서형민, 박선아 등 한국인이 세 사람이나 올랐지 않나.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팽팽했을 것 같은데?
 
▲심리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서로 아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같이 먹으러 다니고 잘 어울려 놀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서 그런지, 정신적.육체적 컨디션 조절을 잘 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는 점들이 더 많았다.
 
-상금 외에도 일본 주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일본 내 독주회, 음반 레코딩 기회 등 이번 대회 우승에 따른 부상이 상당하다. 이 중 가장 크게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연주가 다 기대되긴 하지만, 솔로 음반 녹음은 처음이라서 아무래도 음반 레코딩 기회가 제일 기대된다.
 
 
◇줄리어드오케스트라와 링컨센터 에이브리피셔홀에서 협연하는 선우예권(사진=Nan Melville)
 
-현재 음악가로서 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을 지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겉으로 화려하고 반짝이는 연주도 청중들을 움직일 수 있지만, 진솔하게 마음 속 깊은 곳에 머물며 여운을 주는 연주는 더 오래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영향을 미친 스승은 누구인가?
 
▲아무래도 한국에서 가르쳐 주신 김선화, 신민자 선생님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그 분들이 아니었으면 나한테 맞는 시기에 유학을 가지 못했을 것이고, 음악 외에도 정말 많은 점들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배운 시모어 리프킨, 로버트 맥도날드 선생님들도 지금의 내 음악관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다. 앞으로 배우게 될 리처드 구드 선생님은 내가 너무 존경하는 음악가이기도 하셔서 큰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는 누구인가?
 
▲이 질문을 들으면 대답하기가 항상 애매하다. 굳이 한 명 꼽으라면 슈베르트가 제일 좋다.
 
-향후 일정이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국내 연주회 계획은 없나?
 
▲우선 콩쿠르 일정 마치고 다음 날 미국 서부에 페스티벌 연주가 있어서 그곳에 와 있다. 10월 달에는 광주시향과 협연할 것 같다. 미국 내에서 크고 작은 연주들이 있는데, 그 중 내년에 할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가장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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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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