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20번째 토종신약이 허가됐다.
식약처는 ‘듀비에정’을 허가하면서 “국내 당뇨병 환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기존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약업계도 환영했다. 대내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집중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종근당의 토종신약 탄생 성과를 계기로 국내 제약산업은 물론, 나아가 글로벌 신약 탄생을 기대해 본다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종근당이 개발한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정’을 제조판매 허가했다. 이 제품은 국내개발 20번째 토종신약으로 기록됐다.(사진=종근당 제공)
하지만 한국제약 100년사에 토종신약 20개는 초라한 성적표다. 연구개발비가 적게 드는 일반의약품 개발에 집중한 나머지, 전문의약품 개발에 소홀하면서 토종신약은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토종신약과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신약의 매출만 비교해도 제품 경쟁력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20개 토종신약 중 현재 매출 2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은 단 2개 뿐이다.
‘카나브정(
보령제약(003850))’과 ‘자이네나정(
동아에스티(170900))’은 지난해 각각 240억원과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글로벌 신약 ‘바라크루드(BMS)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무려 17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토종신약 1위 제품인 ‘카나브정’과 '바라크루드'는 연간 매출 부문에서 무려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20개 토종신약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바라크루드’ 단일제품 매출을 감당치 못한다.
신약개발은 연구개발에서 승패가 갈린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내제약사 R&D 비율이 다국적제약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 또한 신약 경쟁력에서 떨어지는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평균 R&D 투자 비율이 20%에 육박하는 다국적제약사들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LG생명과학(068870)이 다국적제약사 수준의 20%(800억)을 투자할 뿐, 나머지 제약사들은 10%안팎의 투지비율에도 허덕이고 있다.
국내제약사중 R&D 투자 비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유한양행(000100)으로, 올해 역시 전년 수준(6%·470억)에 그칠 것이 유력하다.
그렇다고 토종신약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로부터 잇달아 글로벌 신약 허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FDA 승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우리 토종신약이 글로벌 신약 개발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003년 연구개발에 역량을 투입한 이후 12년 만에 항생제 ‘팩티브’를 FDA로부터 신약 승인 받았다. 이는 1897년 국내에 근대적 의미의 제약사가 최초로 설립되고 제품을 생산한 지 100여년 만의 쾌거로 기록됐다.
‘팩티브’에 이어 사상 두 번째 FDA 승인 토종신약 탄생도 머지않았다. 국내 최초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가 미국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제약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신약 개발 의지도 강해졌다. R&D 투자 비율만 해도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다”며 “신약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제약산업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