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재판에서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과 관련해 재판을 참관한 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 특위 위원들이 "국민을 우습게 하는 조치"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 특위 소속의 신경민 의원은 박범계·정청래·진선미 의원과 함께 8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원 전 원장의 변호인들이 경력과 이력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부인했다"며 "아무리 피고인이지만 이렇게 가서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런 피고인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는데 검찰의 조치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보여준다"며 "증거인멸 위험이 대단히 높은 위험한 재판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이런 사람은 지금이라도 구속해서 재판을 빨리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국정원 진상조사특위 소속 진선미·신경민·정청래·박범계(왼쪽부터) 의원이 8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혐의 부인'을 맹비난했다.(사진=김현우 기자)
박범계 의원도 원 전 원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여파가 드러나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신 의원은 아울러 재판부가 국정조사를 존중해 국정조사 이후로 증거조사를 미룬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아이디어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원 전 원장 측에 "정말로 혐의가 없다면 한번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의혹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국정원 스스로 개혁에 나서라'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정청래 의원은 "박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임명한 검찰이 기소한 공소장 내용을 부인하나, 반대하나"고 반문하며 "검찰 공소장에 분명히 국정원이 18대 대선에 불법적, 조직적, 계획적, 반복적으로 개입했다는 근거를 대면서 원세훈을 기소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박 대통령은 먼 산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국정원 사건이 명명백백하게 증거까지 밝혀져 기소됐는데 박 대통령은 어찌해 한마디 언급이 없나"며 "하루 속히 대국민 사과하고 본인 말대로 어떻게 책임질 건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원세훈의 제1 국기문란을 물타기 하기 위해 본인이 임명한 남재준의 제2 국기문란과 관련해 남재준을 즉각 파면조치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국민 사과할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박범계 의원도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을 '의혹'이라고 표현했다. 국민 대다수가 잘 알고 있는데 대통령만 모르고 있다"며 "70%가 밝혀졌다. 나머지 의혹이 있다면 원세훈과 김용판의 진정한 배후와 주범이 누구냐다. 그래서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미 규명된 사실만으로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