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도시’ 제주에 위치한 컴퓨터박물관을 가다

입력 : 2013-07-08 오후 5:22:59
[제주=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컴퓨터박물관은 30년 전에 어떻게 컴퓨터가 시작됐고, 사용자들이 컴퓨터를 써온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가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 담아내고자 한다.(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이사)
 
8일 바람이 많이 부는 오후에 찾은 넥슨컴퓨터박물관(제주시 노형동)은 마치 게임회사 넥슨의 사각형 모양 로고를 연상시키는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
 
넥슨의 지주사인 엔엑스씨에서 지난 4년간 약 150여억원을 투자해 지하 1층•지상3층 (2445.68m²)의 규모로 건립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애플 최초의 컴퓨터인 ‘애플I(Apple I)’을 포함해 약 4000여 점의 소장품 중 1800여 점이 개관 시 전시될 예정이다.
 
◇ 넥슨 컴퓨터 박물관 외경(사진제공=넥슨)
◇ 추억과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
 
박물관에 들어서면 ‘컴퓨터는 극장이다’는 주제로 꾸며진 1층 웰컴 스테이지로 들어선다.
 
지난 해 엔엑스씨가 낙찰받은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만든 애플 최초의 컴퓨터인 ‘애플 I’이 관람객을 맞이해 준다. 전세계에서 단 6대만 존재하는 구동 가능한 ‘애플 I’ 중 하나가 이곳에 전시돼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엥겔바트가 만든 세계 최초의 마우스를 복원한 전시품도 있고, 다양한 그래픽카드, 사운드카드도 볼 수 있다.
◇박물관 1층에 전시된 애플사 최초의 컴퓨터 '애플I'(좌)와 엥겔바트가 만든 최초의 마우스의 복원품(우) (사진=최준호 기자)
 
이후 2층으로 올라가면 70년대 세계최초의 상용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비롯 ‘갤러가(슈팅게임 갤러그의 원제목)’ 등 다양한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이곳에는 가상현실 게임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는데, 현재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같은 게임 소프트웨어를 즐길 수 있다.
 
3층에 올라서면 이 박물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픈 수장고를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장고(박물관에서 소장품을 보관하는 공간), 연구실 등은 박물관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데,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이 같은 모든 공간이 관람객에게 열려있다.
◇박물관 3층의 오픈 수장고(좌), NCM 랩(우)(사진=최준호기자)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은 “과거 지향적이거나 생명이 다한 유몰로써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매체이자 관람객들과의 소통과 교감 참여를 통해 확장되는 박물관이 되고자 한다”며 “숨어있는 수장고, 연구소, 자료실 등을 모두 끄집어 내어 관람객과 함께 박물관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하 1층은 스페셜 스테이즈로 현재는 ‘만지는 추억의 오락실’이라는 주제로 1980~90년대의 ‘퐁’·;컴퓨터 스페이스’ 등 오락기들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 첫번째 대규모 프로젝트, ‘바람의 나라’ 복원
 
지난 1996년 4월 천리안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바람의나라는 누적 회원수 1800만명, 최고 동시접속자수 13만 명을 기록한 최장수 온라인 게임으로 2011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게임이다.
 
올해로 서비스 17주년을 맞은 바람의나라는 새로운 시스템과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온라인게임의 특성 상 서비스 초기 버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넥슨은 현재는 볼 수 없는 바람의나라의 초창기 서비스 당시의 버전을 구현할 예정으로, 온라인 게임 시초의 모습 그대로를 복원하고 기록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은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이 이 넥슨 컴퓨터박물관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온라인 게임’ 복원 프로젝트다”며 “바람의나라 복원을 통해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온라인 아카이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향후 복원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공개해 하여 다른 온라인 아카이빙 관련 연구에 공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박원용 넥슨컴퓨터박물관 IT보존연구실장은 “단순히 소스코드를 복원하는 기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버전의 감성과 철학도 함께 복원하는 것이 풀어내야 할 가장 큰 숙제”라며 ”우리의 작은 시도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온라인 세상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가치를 후세에 전하는 의미있는 도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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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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