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질질 끌던 새누리, NLL원본 공개는 초고속

NLL포기 논란 지속·국정원 국정조사 물타기..새누리 전략 적중

입력 : 2013-07-08 오후 8:06:19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이슈를 물타기하려는 새누리당의 전략에 민주당이 넘어간 것일까?
 
지난 7일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새누리당의 김무성, 정문헌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남재준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통령 기록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불법적으로 열람하고 공개했다는 혐의다.
 
새누리당은 이 고발을 ‘정쟁’으로 일축해버렸다. 여야가 대화록 열람을 하기로 약속해 놓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진실을 덮기 위해 근거 없는 의혹을 부각시킨다고 역공한 것이다. NLL 대화록 원문을 열람하기로 합의한 것을 근거로 민주당의 공세를 무력화한 시키겠다는 것이다.
 
◇ 새누리, 민주당 원문 공개 요구 바로 수용 
 
지난달 30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하자고 요구했다. 공개된 자료 속에 노 전 대통령의 NLL에 대한 입장이 북한과 같을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이 당시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의사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문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리고 윤상현 새누리당 수석부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열고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것은 확실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국가 정치 발전을 위한 자산인 만큼 정계 은퇴는 과하다”며 “대통령 기록물은 열람만 하고 국정원의 녹취록과 음성파일을 공개하자”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 다음날인 1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가기록원 자료제출요구안에 대해 합의했다. 또 하루 뒤인 2일에는 자료제출 요구안 통과를 ‘강제적 당론’으로 정하고 200명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어려운 요건을 가볍게 넘어서며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에 여야가 합의하는데 진통을 겪은 반면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은 번개처럼 통과시킨 것이다.
 
◇ '질질' 끄는 국정원 국정조사 대비 
 
새누리당은 지난 3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나면 국정조사를 하기로 승인했다. 이는 민주당이 정부조직 개편안 원안통과에 합의해주는 대신 양보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불구속기소하면서 수사가 지난달 끝나자 새누리당은 말을 바꿨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전직 국정원 직원을 상대로 매관 공작을 펼쳤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심지어 3월에 맺은 합의는 국회법 위반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NLL 대화록 공개 이후 여론이 새누리당과 국정원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새누리당은 결국 국정조사를 수용했다. 오는 10일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채택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합의 후에도 특위 구성, 조사 범위 등을 놓고 민주당과 대치하고 있다.
 
◇ 새누리에 이득 된 회담 원본 공개 합의 
 
새누리당이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하는데 합의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불리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공개된 전문에 명확한 NLL포기 발언은 없었고, 여론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록물이 공개될 경우 새누리당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의혹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8일 서울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조회에서 “NLL논란을 비롯해 많은 것을 보지 않았느냐. 이들(민주당)은 믿을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 최소 10년은 (새누리당이) 더 집권해야 대한민국이 반석에 올라간다”고까지 말하기에 이르렀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NLL 논란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원래 의도했던 물타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해도 NLL논란이 확실하게 해소될지도 불투명하다. 기록공개 범위가 대화록 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대화록을 열람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당초 대화록 전문 공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지켜야 한다면서 부분 공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화록 열람에 있어서도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당론을 따라가는 외형을 취했다. 원본 공개에 대한 책임도 민주당에 떠넘긴 것이다.
  
현재까지 외형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완벽하게 민주당을 갖고 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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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