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및 공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또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어떤 수사결과를 내 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과 윤재옥·정문헌·조명철·조원진 정보위 위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이들의 혐의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또는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에 배당됐다. 공안1부는 지난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이 정문헌 의원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을 고발한 사건을 담당했던 부서다.
민주당은 이어 지난 7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으로 사전 유출해 열람했다"며 김무성·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권영세 주중한국대사를 고발했다.
또 남재준 원장을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비밀문건을 평문화해 전문을 공개했다"며 함께 고발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이들의 혐의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또는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다.
민주당은 같은 날 지난 대선 당시 'NLL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한 김 의원과 권 대사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또는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 혐의로 별도 고발했다.
민주당이 고발한 혐의에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또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모두 들어가 있다.
검찰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및 공개 사건을 맡은 건 이번이 두 번 째다.
앞서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주장하며 정치공세에 나서자 정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봤다고 밝힌 천영우 청와대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2월 정 전 의원과 천 수석비서관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 핵심적인 근거는 국정원에서 보관중이던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공기록물이라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었다.
검찰은 지난 2월21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법적성격에 대해 "주무비서관인 조 모 전 안보정책비서관과 국정원 및 대통령기록관 담당자 등을 수사한 결과 대통령보좌기관이 생산한 자료가 아니고, 국정원이 자체 생산한 후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내에서 관리한 문건으로 공공기록물(2급비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천 수석비서관의 무혐의 처분 이유에 대해 "1급 비밀취급인가자로서 법적절차에 따라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공공기록물인 대화록을 공무상 열람 신청해 국정원장의 승인을 받은 후 열람한 것으로 확인 돼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고소·고발과 관련된 부분만을 발췌해 공공기록물로 생산한 '대화록의 발췌본(2급비밀)'을 제출받아 수사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주임검사 및 부장검사)에서 열람했고, 주임검사가 발췌본의 진위여부를 대조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대화록 원본을 열람했다"고 설명했다. 원본은 물론 발췌본도 공공기록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번에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또는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 혐의'를 공통적으로 적용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검찰이 국정원에서 보관하고 있던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공기록물이라고 결론 내린 이상 이에 따른 수사를 의뢰하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혐의를 같이 주장한 것은 원본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검찰의 논리대로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혐의를 제기한 이상 검찰은 이전의 수사를 답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서 위원장을 비롯해 김 의원, 권 대사 등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사전에 봤는지,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또 김 의원 등이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주장하며 선거에 이용한 이상 그에 대한 법적 책임도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록물관리법상 공공기록물 중 비밀기록물에 접근 열람했던 자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되고, 공공기록물 중 비공개기록물에 대한 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비밀을 누설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목적 외의 용도로 정보를 사용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서상기·윤재옥·정문헌·조명철·조원진 의원에 대해 남 원장, 한 차장과 함께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남 원장 등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발췌록을 제공하거나 전문을 공개하면서 정치적인 영향을 줌과 동시에 국정원법상 정치개입 금지 원칙을 위반했고, 서 의원 등이 이에 동조하면서 공범이 됐다는 게 민주당측 논리다.
민주당이 같은 논리에서 'NLL 전문'을 불법으로 공개한 혐의로 고발한 남 원장과 이를 사전에 유출해 열람했다며 함께 고발된 김무성·정문헌 의원과 권영세 대사에 대한 국정원법 위반 적용 여부도 검찰이 살펴봐야 할 중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전문이 모두 공개된 마당에 형사처벌이 의미가 있겠느냐는 분석도 있지만 법의 적용은 범죄행위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지난 6월24일 전문이 공개됬더라도 그 이전에 발생된 행위에 대해 범죄가 성립될 경우 법 적용은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의원 등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지난 대선에서 이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국정원과 새누리당 일부 핵심인사 등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조사선상에 오를 수 있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불가능하게 됐다.
대선 개입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됐지만, 'NLL 문건'과는 별도의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에 공범의 기소에 따른 시효정지는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