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진짜 원하는 것은 중앙정보부인가

朴 국정원 자체 개혁 요구..'셀프개혁' 비판
盧, 초기 개혁 드라이브 걸었다가 느슨해져..MB때 '정치개입 집단' 완벽 부활

입력 : 2013-07-09 오후 7:46:50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과거 정권부터 국정원은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국정원은 본연의 업무인 남북대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대북정보 기능 강화와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지키는데 전념하도록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박 대통령이 대선 개입을 한 국정원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셀프 개혁`을 주문했다"며 "도둑에게 도둑 잡으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처럼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기관이나 자정능력을 상실한 기관은 외부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정원의 자정 능력을 믿었다가 '완벽한 환골탈태'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정례적으로 이뤄지던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없애는 등 임기 초 국정원 개혁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국회 정보위에 국정원 개혁소위를 만들고, 국정원 수사권 폐지•국내 정치 정보 수집 금지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6년 노 전 대통령은 이들 개혁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자 “지금처럼 가면 제도적으로 큰 개혁 안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개혁 작업의 끈을 늦췄다.
 
국정원의 민주주의 체질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노 전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때 본격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면서 거꾸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조직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재창조' 수준의 개혁을 해도 모자란 국정원에 억지로 힘을 실어주려는 박 대통령의 태도는 국정원 개혁 의지가 없다는 의심에 더욱 부채질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9일 청와대 홈페이지가 해킹됐던 것을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우려하며 ‘국가 사이버 안보 종합대책’을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사이버 안보 종합대책'은 국정원이 공공분야 사이버 안보 뿐 아니라 민간 보안 영역까지 관리, 통제하도록 허가해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공공분야의 허술한 사이버 보안을 우려하며 민간 부문까지 국정원에 맡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은 청와대, 총리실 등 공공기관의 사이버 보안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6월 공공기관 해킹은 국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당시 국정원은 해킹에 대한 선제적 방지는커녕 후속 조치마저 미숙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국정원을 처벌하기는커녕, 민간 부문까지 권한을 넓혀주는 포상을 주는 셈이다.
 
특히 '사이버 안보 대책'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을 더 쉽게 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느슨한 국정원 개혁 의지가 노골적인 정치 개입 집단인 국정원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사진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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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