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미스터 고', '왜'만 쫓지말고 재미를 느껴라

입력 : 2013-07-10 오전 9:28:04
(사진제공=쇼박스 (주)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를 보고 난 뒤 뭔가 개운치 않은 맛이 있었다. "영화는 재밌게 봤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허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영화를 곱씹다보니 든 생각은 김용화 감독에 대한 기대감에서 온 허전함 같았다. '미녀는 괴로워'나 '국가대표'에서 매끄럽게 이어진 드라마적인 설명들이 '미스터 고'에서는 약간 얽힌 듯 했다.
 
일부 관객은 영화를 볼 때 '왜'에 대해 계속해서 되묻는 경향이 있다. "이 장면은 왜 이렇지", "이건 왜 이렇게 설정했지" 등의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 '왜'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감독이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고, 김용화 감독도 설명을 잘해왔다. 하지만 야구하는 고릴라라는 파격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했기 때문인지 작품 곳곳에서 리얼리티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지만 그 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오히려 '왜'만 쫓다보면 '미스터 고'만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놓칠 수 있는 게 이 영화의 함정이다.
 
중국의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시작한 첫 시퀀스부터 120억 이상이 들어간 값 비싼 배우 링링의 퀄리티에 눈을 뺏기고 만다. 갑작스레 날라오는 야구공에 고개가 휘청거리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몸짓이나 표정은 링링을 친구로 느끼게 한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면 영화 보는 내내 '가짜'라는 것에 신경이 쓰이는데, '미스터 고'의 퀄리티는 '워워워워워'라는 대사 밖에 없는 링링에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대입하게 한다. 또 다른 고릴라 레이팅 역시 우락부락한 외모에도 디테일한 표정이 전해져 링링과는 다른 동정심을 유발한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3D 영화 '미스터 고'는 한국 영화의 기술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아바타'나 '킹콩' 같은 헐리우드 영화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 수만 가닥 털의 생생함이 전해지는 CG 역시 박수를 쳐주고 싶다. 기술적으로는 딱히 흠 잡을 구석이 없다.
 
(사진제공=쇼박스 (주)미디어플렉스)
앞선 작품에서 드러났던 김용화 식 유머코드는 '미스터 고'에서도 내내 이어진다. 울고 있는 캐릭터와 웃고 있는 관객이 형성되는 한편 웃고 있는 캐릭터에 먹먹해지는 가슴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김희원이 눈물로서 호소하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웃음포인트고, 돈을 건네며 웃고 있는 성동일의 표정은 울컥하게 만든다.
 
이렇듯 상황과 감정의 배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는 캐릭터도 이중적이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워 정감가는 웨이웨이(서교 분)는 정작 중요한 순간에 어리숙하게 행동해 미워지고, 돈 밖에 모르는 한국판 '스캇 보라스' 성충수(성동일 분)는 하소연할 곳이 없어 고릴라 앞에서 주절주절 떠들어 외로움이 전해진다. 악덕 사채업자로 나오는 김희원은 극 중반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인류애를 강조한 김강우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다. 조련 받는 고릴라라고 생각됐던 링링에게는 극 후반 부성애코드도 나타난다.
 
캐릭터에서 반전이 느껴지듯, 엔딩 역시 반전이다. 링링의 영웅화로 끝날 것만 같은 영화는 기상천외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 사이에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전해진다.
 
최근 가장 '핫'한 배우 성동일은 그 이름 값을 톡톡히 하며 최고의 연기로 극을 이끌었고, 한국말에 서툰 서교는 어리숙한 말투로 감동을 전했다. 마동석, 김정태, 김강우, 김응수 등의 조연들은 영화를 풍족하게 꾸몄고, 류현진이나 추신수, 오다기리 조 같은 카메오들은 그야말로 깨알재미를 선사했다.
 
기존 작품에서 '한 음악' 보여줬던 김용화 감독은 이번 역시 적재적소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채워넣었다. 귓가에 음악이 맴돌면서 감동이 더욱 배가됐다. 95% 이상 후시 녹음이라는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목소리가 깨끗하게 전해져 몰입도를 높였다.
 
이전의 히트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도 모르게 쏟아지는 눈물이 없다는 것. 절제되고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감성 충만한 소녀와 링링의 하모니는 빛나는 대목이다.
 
눈을 휘어잡는 3D 영상과 링링을 포함한 배우들의 호연, 김용화 감독 특유의 드라마가 버무려진 '미스터 고'. 이정도면 흥행은 문제 없을 것 같다.
 
상영시간 132분. 개봉은 오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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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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