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년기의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대표적인 노인여가복지시설인 경로당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뉴스토마토는 경로당 운영실태를 알아보고 앞으로 경로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망해 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한 경로당. 점심식사가 끝나자 할아버지들 방에서는 오늘도 여지없이 화투판이 벌어진다. 적게나마 판돈도 오간다.
김모 할아버지(76세)는 "이게 다 치매 안걸릴라고 하는거여. 치매에는 고스톱이 최고"라며 "고스톱이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박모 할머니(79세)는 멀리는 못 가 집앞 3분 거리에 있는 경로당에 가는게 유일한 낙이 었지만 최근 발걸음을 끊었다. 술판, 고스톱판을 더 이상 보기 싫어 한 소리 했더니 늙은 할망구가 바른소리를 한다며 요즘말로 '왕따'를 당했다.
박 할머니는 "그 꼴 안 보고 말지 싶어서 이제 경로당 안 가. 그냥 집에서 TV나 보고 말지 뭐"라며 씁쓸해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경로당에서 할아버지들이 고스톱을 치고 있다. (사진=서지명 기자)
◇바른소리하면 '왕따'..회장·총무·위원장 등 서열화
경로당에서 고스톱판이 벌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고스톱이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유일한 해결책인냥 밤낮없이 이어진다.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져 거나하게 취한 어르신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서도 왕따가 있다. 너무 유난을 떤다거나 바른소리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 대상이다. 기업이나 복지관, 구청 등에서 가끔씩 지원물품이 나오거나 위문행사를 올 때 슬그머니 빼버리는 식이다.
경로당을 그저 동네 사랑방으로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
작은 조직이지만 회장, 위원장, 총무 등으로 서열화돼 있다. 그만큼 결속력도 강하고 외부세력엔 배타적이다.
경로당은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다른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 끼워주기도 한다.
경로당도 하나의 작은 사회지만 배타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드러나진 않지만 비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경로당도 하나의 작은 조직사회로 보면 된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 속에서 지원금을 놓고 비리도 발생한다"며 "어르신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외부사람이나 세력에 대한 반감이 높다"고 말했다.
◇노인 10명 중 3명만 이용.."노인과 맞지 않아"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약 33.8%가 경로당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큰 차이를 나타내는데 농촌지역은 64.2%가 경로당을 이용하는 반면, 도시지역 노인은 19.5%만이 경로당을 이용했다.
또 경로당 이용은 연령대별로 차이를 나타내는데, 75세 미만의 초기노인에 비해 75세 이후의 후기 노인 이용률이 증가했다.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노인과 맞지 않다'는 응답이 34.6%로 가장 많았다.
특히 향후 노인세대는 교육수준이 높고 대체로 건강해 적극적인 노후 생활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다. 지금과 같은 경로당 운영형태가 유지될 경우 경로당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로당이 법적으로는 60세 이상 이용가능하지만 실제 이용은 후기 노인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어 젊은 노인층은 이용할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재와 같은 경로당 운영형태가 지속될 경우 노인의 경로당 이용률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