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삼성, 힘겨루기 심상찮다..혈맹서 견제로

구글은 '모토X', 삼성전자는 ‘타이젠’으로 ‘동상이몽’

입력 : 2013-07-12 오후 6:14:26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지난 3년간 애플에 맞서 안드로이드(OS)를 매개로 강력한 ‘혈맹’을 구축해온 구글과 삼성전자(005930)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프레너미'(Frenemy: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 관계로 알려진 양사가 추진 중인 사업이 예전과는 달리 서로의 이해관계를 직접적으로 건드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 세계 IT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이 미국 주요 매체 등에 게재한 모토로라의 신제품 '모토X' 광고 이미지. 구글 특유의 색감을 가미한 모토로라의 새로운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사진=구글)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후 내놓는 첫 스마트폰 '모토X' 공개를 앞두고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삼성전자는 인텔과 함께 개발한 모바일 OS 타이젠(Tizen)을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앱 개발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미국의 IT전문 사이트인 벤처비트는 "구글이 단순히 파트너사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판매 신장을 위해 그토록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소비할 이유는 없다"며 "이미 모바일 OS 시장에서 승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기업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모두 '파트너사와의 결별'로 해석할 수 없다"며 과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최근 두 회사의 행보가 일반적인 사업 다각화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는 것이 해외 IT 전문 저널리스트들의 공통된 견해다.
 
물론 양사의 파트너십이 일순간 무너질 가능성은 없다. 애플에 대항해 시장 지배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제휴 관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토X와 타이젠의 성패가 두 회사가 유지하고 있는 '힘의 균형'을 건드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만약 모토X가 미국 시장에서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삼성전자의 타이젠폰이 승승장구할 경우 구글은 적이자 동지인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 모바일 OS 시장이 기존 양강 체제에서 3강 체제로 재편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면 추가적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구글의 모토X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모토로라가 부활할 경우 삼성은 미국 시장에서의 지위가 예전만 못해질 공산이 크다. 또 삼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업체 중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구글의 자회사인 모토로라만큼 안드로이드에 특화된 제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 인텔이 주도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Tizen) 화면.(사진=타이젠 홈페이지)
 
두 회사의 긴장관계는 지난해 삼성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한 제조업체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닐 모스튼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정할 수 없는 최강자"라며 "심지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구글보다도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80억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기기로 약 6배에 이르는 총 600억달러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구글이 각종 신규 유료 콘텐츠 서비스, 기업용(B2B) 시장, 일부 서비스 유료화 등을 노리며 수익구조 개선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와 함께 구글의 삼성 ‘견제’도 시작됐다. 구글은 그간 자사의 레퍼런스 제품인 넥서스 스마트폰, 태블릿PC 개발 관련해 삼성전자에 대한 비중을 높였지만 최근에는 삼성의 잠재적 경쟁자인 LG전자를 넘어 대만 등지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들에게까지 제품 생산을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수익의 70% 이상이 휴대전화 사업, 그중에서도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현존하는 골칫덩어리로 지적된다. 지나친 편중성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크게 밀릴 경우 수익구조에 직격탄을 입을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시장에서의 독주를 위해 구글과 손을 잡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드로이드 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 그러나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 OS를 탑재했다가 큰 실패를 경험했던 악몽도 여전히 불안거리로 지적된다. 섣부른 행동보다는 치밀한 전략과 사전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한편 국내외 IT업계에서는 타이젠보다는 모토X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드웨어 저성장’ 시대에 갇힌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이 기존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게 선보일 혁신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기기에 녹아들 경우 가질 파괴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모토X는 8월을 전후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양을 종합하면 모토X에는 퀄컴 듀얼코어 스냅드래곤S4 프로세서, 4.7인치 디스플레이, 1000만 화소 후면카메라 및 200만 화소 전면카메라, 16GB 내장메모리, 2GB 램(RAM), 안드로이드4.2.2 젤리빈 운영체제(OS)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타이젠의 경우 당초 8월께로 예상됐던 타이젠 OS 기반 첫 스마트폰 출시 시기를 2개월 정도 더 늦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 등의 완성도가 아직 일정한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로부터의 생소함과 이로 인한 인프라의 미비는 타이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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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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