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가 KTF와의 합병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 경쟁 이통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KT-KTF의 합병을 계기로 본격화될 통신업계 구조개편을 앞두고 치열한 '밥그릇 싸움'의 1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KT와 SK텔레콤간의 공방은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의 이석채 사장, SK그룹의 간판 CEO인 정만원 사장과의 맞대결이라는 점, 유.무선업계의 최강자간 힘겨루기라는 점에서 충분한 흥행요인을 갖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KT합병을 겨냥해 내놓은 자료에는 KT가 대응수위에 고심할 정도로 '사회혼란 야기', '정국불안의 도화선' 등 자극적인 표현이 적지 않아 향후 양사의 싸움이 통신업계 전반의 흙탕물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싸움 건 SK텔레콤..경쟁업체도 동조 = 일단 싸움을 먼저 건 쪽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19일 KT-KTF합병에 대해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다소 거친 표현을 섞어가며 따졌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회혼란 야기', '합병배경-외형성장과 지배력 확대', '전체 통신시장에서의 KT쏠림 심화', '필수설비 독점력으로 인한 경쟁 제한성', '마케팅경쟁 과열로 인한 투자여력 축소' 등 강도도 세다.
주장의 요지는 KT가 수년간 성장정체를 극복하지 못한 이유가 비효율적인 인력 및 조직운용 등 방만한 경영,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현실 안주 경영 때문인데 이를 덩치키우기, 유선시장에서 무선으로 지배력 전이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자회사이며 유선쪽 경쟁업체인 SK브로드밴드도 "쉽게 합병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텔레콤도 "KT가 KTF를 합병할 경우 이동전화 시장으로 지배력 전이가 불가피하며, 4천300만명 이상의 유.무선, 초고속, IPTV가입자 기반으로 유무선 및 결합시장까지 확대해 시장지배력 고착화로 인한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며 반대에 한표를 던졌다.
반면 LG데이콤은 "상황을 지켜본뒤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합병전제조건은 '시내망 분리' = 일단 경쟁업체들은 KT가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통신주, 관로 등 필수 설비에 대한 구조 분리를 주장한다.
SK텔레콤은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유선 가입자망을 보유한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구조분리가 추진되고 있다"며 "통신방송시장의 중장기 경쟁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수설비사업자의 유무선간 구조통합이 아닌 구조분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도 "우리에게 시내망에 투자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지만 KT가 수십년동안 독점적으로 해온 통신주.관로.전신주 등 시내망 사업에 접근하기는 어렵다"며 "우선 시내망 분리를 한뒤 합병에 따른 문제점을 따져보는게 맞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도 "통신시장의 복점 구조가 경쟁활성화를 저해해 요금 측면이나 이용자 선택권 제한 등 소비자 이익에 역행할 우려가 있는 만큼 KT의 KTF 합병시 시내전화의 지배력이 이동전화 시장에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KT 지배력의 원천인 시내망은 마땅히 분리돼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러한 와중에 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특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지난 16일 "통신망을 준(準) 국가재.사회재로서 국가가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통신망 독점 폐해 방지를 위해 기존 통신망에 대한 민간회사의 지분을 인정하고 정부가 재투자해 공동관리하는 형식의 싱가포르 사례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KT 대응 수위 고심..조만간 입장 발표 = KT는 2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21일께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 인가신청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
KT는 SK텔레콤이 예상외의 강도높은 반대여론을 주도하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KT는 급한대로 SK텔레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뒤 20일이나 21일 별도의 기자설명회를 갖고 합병의 당위성, 불가피성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KT가 합병을 전제로 준비해온 통신시장 활성화 계획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우선 19일 "합병이 될 경우 현재의 이동통신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유무선 컨버전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을 통한 지배력 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작년 초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당시 설문조사 결과 일반고객은 SK텔레콤의 이동전화에 대한 선호도가 KT결합상품의 축인 메가패스에 대한 선호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결합을 통한 지배력 전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또 경쟁업체들이 주장하는 '필수설비독점' 지적과 관련, "가입자 망 기준으로 보면 KT보다는 SO가 가입자 망이 더 넓고, 광랜 기준으로 보면 LG파워콤의 광랜도 KT와 별 차이가 없다"며 "우리나라처럼 설비경쟁이 활성화한 나라에서 필수설비 독점문제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시장이 IPTV의 등장으로 유.무선 통합을 넘어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무선의 최강자 SKT의 선공으로 시작된 `밥그릇 싸움'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떤 정책적 해법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