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김현·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사퇴한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활동을 재개했지만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문제 및 증인채택, 조사범위 등을 놓고 여야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7일 오후 2시간20여분 간 회동한 후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여야 간사에 따르면 국조특위는 18일 오전 10시30분에 개최돼 기관보고 일정 및 대상기관 등을 의결한다. 기관보고 대상은 법무부(24일)·경찰청(25일)·국정원(26일)이며, 국정원 기관보고를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또 NLL 문건과 관련해 사전유출 여부를 국조 조사범위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민주당은 NLL 사전유출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 것.
아울러 여야는 청문회 증인에 관한 명단을 교환했지만 이견이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명단을 확정해 발표키로 했다. 여야 간사가 이날 상대방에게 제시한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여부 놓고 신경전
이날 회동에서 합의사항을 발표한 여야 간사는 국회 정론관 밖에서 기자들에 둘러쌓여 질문공세를 받았다. 나란히 선 권선동·정청래 양당 간사는 특히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를 놓고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권 의원은 "새누리당은 국정원 기관보고는 국가기밀의 보안 차원에서 비공개를 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에 반해서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면서 "26일 이전까지 공개·비공개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정된 국정원 기관보고 일정은 순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 의원은 "국회법 국정조사에 관한 규정을 보면 공개를 원칙으로, 다만 위원회 의결로써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저희는 공개해야 된다"는 말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리고 국정원 기관보고, 증인신청이 앞으로 있을 예정인데 특위위원들이 기밀에 대한 질의가 아니라 국정원의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한 질의와 응답을 할 것이기 때문에 비공개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또 서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면 그에 대해 지금까지 그래왔듯 '대답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 된다. 이것을 굳이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비공개를 하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권 의원은 "국정원법에 의하면 국정원의 조직·인원·편제·기능 등 모든 것이 비밀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면서 "그래서 지금 국정원을 담당하는 국회 정보위도 비공개로 운영되며, 그 가운데 국민께 알릴 내용이 있을 경우에만 여야 간사가 브리핑을 하는 형식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법을, 민주당은 국회법을 근거로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권 의원은 "국정원 사건의 핵심은 대북심리전의 전개 과정에서 과연 국정원 직원이 정치 활동·개입을 했느냐에 관한 것"이라면서 "국정원의 기능·역할, 대북심리전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 의원님 말처럼 국가기밀과 범죄사실을 추궁하는 문제가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나눠질 수 없다. 국정원장 인사말 정도만 공개하고 본격적 질의는 비공개 질의가 맞다고 저는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정 의원은 "검찰의 공소장에 보면 '원세훈 원장의 종북·좌파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그릇된 지시를 하였다'고 나와 있다. 이건 범죄사실"이라면서 "따라서 국가안보나 기밀과 관계 없는 범죄사실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야말로 국조를 하고자 하는 기본취지이기 때문에 그 기본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권 의원을 설득 중에 있다"고 말했다.
◇증인채택, 조사범위도 향후 쟁점으로
권 의원과 정 의원은 증인채택 및 조사범위에 있어선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에 대해선 대체로 "추후에 더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정 의원은 증인채택과 관련, "명단을 교환했다. 저희는 증인·참고인 117명 명단을 드렸고, 권 의원은 91명을 주셨는데 거기에 겹치는 사람도 많이 있더라"면서 "그런데 증인채택이 확정되기 전 그것이 공개되면 그분들 명예도 있기 때문에 명단은 공개하진 않고 확정된 분들만 (추후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권 의원은 "많은 카메라와 국민들이 보는 가운데 증인으로 나오는 것이 당사자에 큰 고통이고 정신적 충격이 되는데 미리 명단을 다 공개를 했다가 나중에 채택이 안 되면 사생활·명예보호에 국회가 너무 나아가는, 소홀히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증인이 확정되기 전까지 비공개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증인채택이 가능하냐는 질문엔 "가능하다"면서 "예전 경험 있는 분들께 들어보니까 수갑을 차고 와서 청문회장에 들어오기 직전에 수갑을 풀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전례가 있다"고 말해 원 전 원장의 증인채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에 권 의원은 "출석여부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불출석을 한다고 고발의 대상이 되느냐는 부분은 좀 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여야 간사는 박근혜 대선 캠프의 NLL 사전입수 의혹에 관해선 향후에 결정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저희는 (조사범위) 기타사항에 포함이 될 수 있다고 요구했고, 권 의원은 반대해서 추후에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예고했다.
김현·진선미 의원 제척 문제로 예정된 45일 일정 가운데 3분의 1 가량의 시간을 허비한 것과 관련, 일정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제 생각은 충분히 8월15일까지 할 수 있다. 연장은 필요가 없다"고 권 의원은 자신했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그건 (국조특위나 여야 간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의결해야 한다"면서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해야 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현·진선미 의원이 사퇴한 날 여야 간사가 회동해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한 단초를 놓으면서 국정원 국조특위는 향후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 간사 브리핑에서 드러나듯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 및 증인채택, 조사범위를 놓고 대립이 계속돼 18일 회의에서 의결에 실패하면 또 한 번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