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끝났다더니"..재계 '우왕좌왕'

입력 : 2013-07-18 오전 9:46:56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제는 법도 어지간히 통과됐고…,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 10일 언론사 초청 오찬간담회)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이제 일단락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16일 기자간담회)
 
사실상 종결 선언이었다. 재계는 환영했고, 야권은 반발했다. 경제민주화가 다름 아닌 재벌개혁을 의미했기에 더 이상의 사정 회오리는 없을 것으로 여겼다. 미풍으로 그친 것에 재벌그룹들은 한숨을 돌렸다. 투자와 고용 등에 있어 정부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16일. 상황은 급반전했다. 롯데그룹의 심장부인 롯데쇼핑에 150명의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부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였다.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을 중심으로 조사1국, 조사2국, 국제거래조사국 등이 대거 투입됐다. 정기세무조사로 볼 수 없는 대목이었다.
 
당장 재계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종결이라더니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사실 정부 출범을 전후해 유통 공룡들에 대한 대대적 사정은 예고된 바 있다. 골목상권 침해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야기한 롯데, 신세계, CJ 등이 타깃이라는 얘기가 인수위 시절부터 공공연히 나돌았다.
 
때문에 재계는 끝나지 않은 사정 칼날에 다시금 움츠려야만 했다. 이미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굵직굵직한 재벌 총수들이 영어의 몸이 된 상황이었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특성상 제일 취약하고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것으로 해석됐다. 총수를 찔러야 무엇이든 토해내게 돼 있다는 정서가 그대로 반영됐다.
 
동시에 재계의 불만도 쌓여갔다. “보수정권인지 진보정권인지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17일 사장단회의에서 강연자로 나선 김상조 교수에 맞서 “기업 입장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가) 지금도 충분히 나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10대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이렇게 불확실성을 높여놓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겠느냐”며 “투자든 뭐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권은 ‘투트랙’으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대통령이 재계를 껴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통치자로서의 표면적 행위지 칼마저 거둬들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집권 1년차 가장 힘이 셀 때 정부부처와 여당을 통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이는 없다. 때문에 ‘혼선’이라기보다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높다.
 
결국 사정당국과 국회를 통한 재계 압박은 당분간 진행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근절, 협력업체와의 상생, 투자집행 약속에 대한 완수, 고용 창출 등이 점점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칼을 거둬들일 이유는 없다는 게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속내다.
 
다만 재계와의 관계를 계속해서 갈등으로 몰고 가기에는 부담이 있는 만큼 집권 2년차를 기점으로 예전 관계로의 복원이 시도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때까지 남은 기간은 이래저래 재계로서는 시련의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사진=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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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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