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자동차 대체부품 허용을 골자로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6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은 촉발됐다.
고가의 부품을 공급하고, 비싼 공임을 받고 있는 수입차 측은 "대체부품의 질이 낮고 일반 정비업체의 기술력 부족 탓에 운행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안전문제를 들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법안을 발의한 민 의원과 한국수입차부품협회, 자동차 전문가 등은 부품 인증기관을 통한 안전한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부품비 인하뿐만 아니라 중소 부품업체 활성화, 자동차 보험료 인하 등에 도움이 된다며 수입차 업체들의 주장을 '장삿속'으로 치부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대체부품이 허가되면 사람에게 돼지심장을 다는 것과 같은 것으로 운전자 안전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다소 격앙된 톤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수입차 부품 교체는 정규교육을 받은 기술자가 해야 안전하다"며 "대체부품이 도입되면 수입차 정비교육을 받지 않은 정비사도 부품을 교체하기 때문에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반발이 커진 가운데, 자동차 대체부품 도입은 국민과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체부품 품질도 품질인증기관을 설치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대체부품제 도입을 통해 독점적 지위에 있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품과 대체부품 간 품질·가격 경쟁으로 자동차 부품비가 내려가고 소비자 선택권도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부품 수리비는 185만7000원으로, 국산차보다 5.4배 비싸다. 수입차 생산기업이 주문하는 순정부품만 사용해야 하는 독점구조 때문이다.
김석원 한국수입차부품협회장은 "대체부품이 도입되면 수입차 순정부품만 사용하던 독점구조가 깨지고 가격경쟁이 생겨 비싼 부품비가 내려간다"며 "소비자는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부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은 또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자동차 보혐료의 인하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값비싼 수입차의 수리비가 대체부품으로 인해 내려가면 보험금이 기존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전체 자동차 보험료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대체부품 사용으로 수입차와 국산차의 부품 수리비가 내려가면 보험료도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개발원 리포트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수입차 건당 평균수리비는 261만8000원으로 국산차 수리비 84만6000원보다 3.1배 높았다. 수리 내역별로는 수입차 부품이 185만7000원으로 국산차 부품비 34만6000원보다 5.4배 높았다.
공임은 수입차가 28만4000원으로, 국산차 공임 13만1000원보다 2.2배 많았다. 도장도 수입차가 69만6000원으로 나타나 국산차 도장료 29만1000원보다 2.4배 높았다.
특히 업계는 대체부품제 도입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를 활성화시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되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는 대기업에 묶여있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판로도 확대할 것"이라며 "이는 중소기업들이 자기 브랜드를 갖고 세계시장에서 부품을 팔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인증을 통과한 비순정부품은 순정부품보다 품질이 절대 나쁘지 않다"며 "수입차 부품 정비기술도 일반 정비업체를 교육시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수입차 업계 주장을 일축했다.
소비자 입장도 다르지 않다. 캠리 자동차 운전자 김모씨는 "수입차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몇 배나 비싸고 수입차 업체 정비소에서만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오래 걸려 제때 수리를 못하는 등 불편이 컸다"며 "대체부품제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 대체부품 허용 취지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업계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 =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