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삼성전자의 '질주'는 이어졌다. 야심작인 갤럭시S4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중저가로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수요가 뒷받침되는 신흥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동시에 독주로 시장을 지키기에는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또 다시 위험요인으로 부각됐다. '혁신'이 실종된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보다는 정체, 나아가 하락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충고가 힘을 얻는 이유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3일 '2013년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관련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직전 분기였던 1분기 대비 6.6%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21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1.4% 늘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안드로이드와 같은 오픈 플랫폼의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해졌고, 제조사들이 마진을 줄여가며 중저가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고 있기 때문에 100달러 미만의 스마트폰을 구하는 것이 쉬워졌다고 조사기관은 설명했다.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찾는 스마트폰 가격대는 150~450달러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가인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경우 수요가 점차 축소되면서 제조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이 한정되는 모델로 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약 32% 늘어난 9억28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승승장구하는 '삼성'..위기설 직면한 '애플'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71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치우며 압도적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32.0%로, 2위인 애플(12.1%)과의 격차는 무려 19.9%포인트.
트렌드포스는 "삼성의 하이엔드 스마트폰인 갤럭시S4는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며 "다만 이 제품이 23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린 것은 눈여겨볼만 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질주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과 같은 이머징마켓에서 삼성의 유통망과 브랜드 마케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비록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4가 선전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중간급 레벨 제품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혁신' 위주에서 기존 경쟁구도로 전환되면서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인 유통망과 마케팅의 뒷받침이 독주체제를 구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13년 2분기 10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출하량 비교(자료제공=트렌드포스)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성장세와는 대조적으로 애플은 올 2분기 27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대비 30% 급감한 수치다. 시장점유율은 12.1%를 기록하며 1위 삼성의 뒤를 이었으나 스마트폰 아이콘으로서의 체면은 크게 구겨졌다.
특히 애플의 경우,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가운데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5의 출하량이 80%(2200만대)를 차지하고 있어, 올 9월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새로운 전략작의 출시가 다소 지연이라도 된다면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심상치 않은 中..4대 토종 스마트폰 제조사 '폭발적 성장'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의 토종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폭발적 성장이다.
화웨이와 ZTE, 레노버, 쿨패드 등 이른바 중국 토종 4총사는 중국 소비자들의 높아진 스마트폰 관심도와 내수 활성화에 힘입어 올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4% 급증한 것으로 기록됐다. 시장 평균(31.4%)을 12.6%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다.
◇중국의 대표적 토종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의 윈도폰.(사진제공=화웨이)
특히 지난해 4분기 중국계 제조사 가운데 자국시장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했던 레노버의 경우 중국 시장점유율이 13.7%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다만 올 2분기에는 화웨이가 전세를 역전시키면서 다시 시장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는 올 2분기에 14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엎치락뒤치락 하며 시너지를 이끌고 있는 것.
레노버와 쿨패드 등도 중국 등 신흥시장의 부흥에 힘입어 같은 기간 모두 10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3분기에도 핵심은 '중저가 스마트폰'
올 3분기에도 제조사들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보다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중저가 스마트폰의 글로벌 출하량이 약 1억3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면서, 전 세계에서 판매될 스마트폰 중 절반 이상을 중저가 스마트폰이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와 소니, HTC, LG전자 등 대형 제조사들이 모두 중저가 디바이스를 전략적으로 출시할 예정인 데다, 그간 하이엔드만을 고집했던 애플마저 중저가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는 등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 가격대별 점유율(자료제공=트렌드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