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한화이글스, 달라진 인프라에서 부활 가능할까?

입력 : 2013-07-24 오후 2:06:32
[대전·청주·서산=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최근 꼴찌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한화 이글스는 지난 23일 열린 롯데와의 후반기 첫 경기를 또 패했다. 김응룡 한화 감독이 언론을 통해 '후반기 승률 5할 목표'를 강력히 밝혔지만 첫 단추부터 심상치 않은 것이다. 그나마 무기력한 일방적인 패배가 아니란 사실이 팬들에게 위안이다.
 
한화가 이번 시즌에 부동의 최하위 팀으로 자리잡자 류현진(26)의 이적료로 미국 LA다저스에게서 받은 '2573만7373달러33센트'의 돈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동안 유망주 육성에 소홀했고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지 못했던 점만 보면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화는 길게 보고 있다. 구단 혹은 지자체 투자를 통해 근래 잇따른 시설 인프라 확충과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는 유망주 영입 이전에 유망주가 성장할 좋은 토양의 질적 투자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선수단 성과는 물론 구단 운영도 비판을 받던 터라, 최근의 인프라 확충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지난 12~13일 구단 홈구장인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구장 그라운드 토양의 리모델링 행사인 '한화 이글스 필드데이(Hanwha Eagles FieldDay)'를 개최했다. 사진은 1년간 보수를 위해 쓰일 흙()와 블럭. (사진=이준혁 기자)
 
◇미국 기술력과 토양 전수받은 대전야구장
 
한화는 지난 12~13일 구단 홈구장인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구장 그라운드 토양의 리모델링 행사인 '한화 이글스 필드데이(Hanwha Eagles FieldDay)'를 개최했다.
 
행사는 국내 구단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야구장의 공사 경험이 많은 전문사 '프로파일'의 부사장 이하 다수 인력이 한화 구단에 그라운드 관리기술을 전수하고 구장의 타석·마운드·내야 흙을 MLB에서 쓰는 흙으로 교체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최태식 한화 이글스 야구장관리사무소장은 "한화는 물론 다른 구단과 대전시 관계자 등이 작업 과정을 지켜봤다. MLB의 구장관리 노하우를 얻고 선수들에게 보다 나은 그라운드를 만들 계기가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면서 "향후 3명의 관리 직원을 미국에 연수보내 여러 구장들의 관리 노하우를 배우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홈구장인 한밭야구장은 국내에서 노후한 구장을 꼽을 때 항상 포함될 정도로 구장 곳곳이 낡았다. 최근 몇 년간 리모델링을 했지만 근본 뼈대나 그라운드의 구성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화 투수들과 코칭스탭 또한 "대전 마운드가 물러서 투구가 쉽지 않고 이는 외국인 투수가 한화에만 오면 고전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말해왔다.
 
최 소장은 이번에 교체한 흙 품질에 대해서 "마운드에서 투수들이 불편해하던 흙이 파이는 정도가 기존 대비 20%로 크게 줄 것"이라며 "몸의 밸런스를 맞추고자 흙을 다지면서 신경쓰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흙 아래 블럭 또한 MLB에서 사용하는 고급 블럭"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최 소장은 "구장이 대전시 소유라 큰 개선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그라운드 외에 펜스를 개선하고 내부의 선수 훈련시설 등을 만드는 일련의 작업을 수월하게 마쳤다. 팬들을 위해 화장실을 증설하고 특화 좌석도 만들었다. 다만 시간 관계상 워닝트랙(담장 앞 맨흙 지역)의 교체는 시즌 종료 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필드데이 행사로 인해 구장에 사용된 흙과 블럭은 프로파일 제품 국내 판매권 보유사인 '필드테크'가 마케팅을 위해서 전액 무상부담했다. 하지만 한화는 빠른 개선과 최상의 구장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 향후 1년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흙과 블럭을 미리 매입했다. 적어도 한화 선수들은 올해 MLB 수준 그라운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화 이글스가 건립하고 소유·운영 중인 서산 2군 훈련장. (사진=이준혁 기자)
 
◇'이글스의 미래' 서산 2군 전용구장의 정착
 
그동안 한화가 많은 팬들에게 미래 유망주 육성에 소홀하다는 식의 비판을 받던 원인으로는 다른 구단과 달리 2군 전용 구장이 없었던 점도 크다. 삼성(경산), LG(구리), 롯데(상동), 두산(이천) 등이 2군 전용 훈련장에서 유망주를 꾸준히 육성하고 1군에서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을 훈련시키며 팀의 자원을 확중한 것과 달리 한화는 2군이 고교와 군대 야구장을 전전하며 힘든 훈련을 치러야 했다.
 
이같은 열악한 환경과 얕은 선수층으로 인해 한화의 퓨처스팀(2군) 올시즌 성적은 북부리그 최하위(5위·24승34패5무)다.
 
하지만 서산구장의 완공으로 앞으로 이같은 고충은 해소될 전망이다.
 
서산구장은 한화그룹이 개발한 서산테크노밸리(충남 서산시 성연면 왕정리)의 남동측 3만6363.75㎡ 규모의 부지에 조성된 훈련장이다. 그라운드와 1000석 규모의 관중석 외에도 실내연습장, 클럽하우스, 웨이트 트레이닝실, 마루운동실, 물리치료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었다. 최근 지어진 구장답게 다른 구단의 퓨처스 구장에 비해 월등하게 시설이 좋다.
 
서산구장은 총 공사비 260억원이 투입된 큰 시설로 주경기장은 모두 천연잔디로 깔았고, 펜스 길이는 좌우 100m, 중앙 120m에 달한다.
 
불펜도 2개소(1루측-4개라인, 3루측-2개라인)가 마련돼 있고, 조명탑 6개도 설치돼 야간 경기도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게다가 지하1층~지상4층 규모의 클럽하우스는 1인1실로 구성됐다. 중소도시 시내 외곽에 위치한 최상급 시설로 선수가 오직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건설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서산구장 운영이 정착되면 많은 유망주가 발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는 최근 유망주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근래 수년간 상위 라운드에서만 선수를 지명하고 하위 라운드를 포기해 신인선발이 10명에 못미쳤던 한화는 지난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는 10명을 채웠다. 유망주 육성 의지를 공개 선언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최고의 시설에서 이정훈 퓨처스 감독의 지도하에 선수층 얕은 한화를 두텁게 하는 유망주가 다수 등장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인다. 짧은 시간에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미래는 긍정적이다.
 
◇한화 이글스의 제2구장인 청주야구장의 시설 개선사업 완료 직후 모습. (사진=이준혁 기자)
 
◇배수 문제 해결하고 좌석 넓힌 청주야구장
 
프로야구 정규 경기를 치르는 야구장 중 규모와 노후도 면에서 모두 최악으로 평가받던 충북 청주구장의 개선사업도 최근 완료됐다. 
 
한화의 제2구장인 청주는 1979년에 건립됐으며 7500석의 작은 규모와 각종 특화석이 없는 등으로 인해 많은 팬들에게 '낡은 구장'으로 평가됐다. 각 구단 제2구장만 놓고 보더라도 포항(삼성), 군산(KIA)에 비해서도 열악했다.
 
비록 몇 경기 치르지않는 곳이긴 하나 '홈구장'으로 쓰는 한화의 입장에서는 팀전력에 불리한 요소였다. 모든 구단에 공평히 주어진 홈경기 횟수를 마치 원정경기 치르는 것처럼 멀리 떠나야 한다는 사실은 물론 경기장 상태로 좋지않아,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는 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80여만 명에 달하는 청주시 인구(청원 통합 후 기준)와 충북 내 팬들을 생각할 때 청주 경기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지난 15일 청주시는 청주구장 시설 공사를 마쳤다. 42억원(국비 12억6000만원, 도비 8억8200만원, 시비 20억5800만원)이 투입된 이번 공사에서 시는 배수로 등을 설치하고 잔디 또한 모두 바꿨으며 내부 시설도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관중석도 7420석에서 3080석을 늘려 1만500석으로 만들고, 바비큐존·어린이관람석·익사이팅존·가족실 등 관중들을 위한 편의시설 인프라도 확충했다. 작은 경기장 규모는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한 최상의 상태로 변화한 것이다.
 
그동안 한화는 매년 9~12회 청주 경기를 치렀다. 올해는 공사 지연으로 인해 전반기 경기는 취소되고 후반기 경기 4경기만 다음달 열린다. 제2구장에서 시설문제로 더 이상 어려움을 겪지 않을 한화 모습은 내년 시즌부터 더 기대된다.
 
◇류현진. (사진제공=MBC)
 
◇구장 인프라 개선, 좋은 성적으로 돌아올까?
 
문제는 이같은 인프라 개선 노력이 나아진 성적으로 되돌아오느냐는 것이다. 
 
'화수분 야구'로 불리는 두산이 이천 베어스타운을 통해 유망주를 육성하고, 삼성도 2군 훈련장인 경산볼파크와 삼성그룹 스포츠단의 통합 재활센터인 STC(삼성트레이닝센터·용인시) 운영 등으로 최상급의 성적을 내는 것을 본다면 인프라의 투자확대는 분명 성적 향상에도 긍정적 요소다.
 
사실 단시일내에 인프라 확충의 효과를 거두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화 선수단의 전력이 다른 팀에 비해서 확연히 빈약하고 성적도 8위팀에 무려 6게임이나 승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한화 구단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가 결국에는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유망주의 육성에도 도움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 봤을때 정말 필요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을 마친 후 좋은 외국인 선수 영입은 물론 FA 선수 영입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수년간 망가진 선수단을 좋은 인프라를 통해 훈련하는 동안 성적을 위해서 유망주를 섣불리 끌어다 쓰지 않고자 한다면 선수층이 두터워져야한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해 말 류현진 이적자금과 관련해 "올해 쓰지 못한다고 해서 다시 반납해야할 자금이 아니다. 날아갈 돈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 (좋은 선수의 물색에 써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선수들이 많은 올시즌 후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팬들이 '보살'로 불리울 정도로 수년간 부진했던 한화가 과감한 투자로 그동안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 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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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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