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지난해 화제가 된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도시형 나홀로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건축가, 교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낮에는 적당히 일하고 밤에는 유흥을 통해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것으로 그려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홀로족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과 대부분 겹친다.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이 낮고 소득대비 지출 규모가 커 노후준비에 불안한 것도 맞지만 조금만 아끼면 현재를 살아가는데는 큰 지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1인 가구가 드라마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30대~40대 나홀로족도 있지만 60대 이상 황혼 1인 가구도 있다. 특히 이들은 생활방식이 젊은 층과 확연히 다를뿐더러 일할 여력도 부족하고 고정 수입도 없어서 자립을 도울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통계청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는 약 414만 가구로 이 가운데 60대는 53만 가구, 70대는 65만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0대(79만 가구)와 20대(76만 가구)에 맞먹는 수치다.
◇1인 가구 연령별 가구 수와 재무상태(자료제공=통계청)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남녀의 평균 수명 격차가 커지면서 고령층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며 "2011년 기준 남자 평균 수명은 77.2세, 여자는 84.1세"라고 설명했다.
20대~30대가 자유로운 삶과 결혼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스로 나홀로족이 됐다면 60대 이상은 배우자 사별과 이혼 등의 이유로 1인 가구가 된 비율이 높은 셈이다.
황혼 1인 가구의 가장 큰 고민은 고정 소득이 없다는 점이다. 안 연구원은 "30대 1인 가구의 소득과 지출 차이는 94만원지만 60대는 25만원, 70대는 14만원, 80대는 16만원"이라며 "나이가 오를수록 소득과 지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고령으로 신체적 질병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경제적 궁핍까지 겹치다 보니 정서적 외로움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 관계자는 "황혼 1인 가구는 안정적 일자리와 고정 수입이 없어 주로 기초노령연금과 공공근로를 통해 생계를 잇는다"며 "이들 중 우울증을 앓는 비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정서적 불안정도 심하다"고 진단했다.
◇황혼 나홀로족과 부부노인 가구의 소득 비교(자료제공=삼성경제연구소)
이 관계자는 "이혼한 나홀로족은 황혼 이혼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자식이 있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한다"며 "단순히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전반적인 복지 관점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장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혼 1인 가구는 30대 나홀로족의 미래이자 결혼한 다인 가구라도 언제든 1인 가구가 될 수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황혼 나홀로족 비율이 높은 유럽에서는 체계적인 연금제도 운영을 통해 노인들의 안정적 삶을 보장하고 있다.
서정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덴마크는 적립률이 높은 사적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노인을 의무가입시켜 안정적 삶을 보장한다"며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8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42%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연금 소득대체율 비교(자료제공=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서 연구원은 또 "우리나라 황혼 1인 가구 중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비율은 44.5%에 불과하다"며 "노부모 부양에 대한 자녀의 책임의식까지 줄고 있어 황혼 나홀로족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대책 마련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진영 복건복지부 장관은 "재정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장기적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연금 지급대상과 액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할 만큼 황혼 1인 가구를 위한 제도가 부실한 실정이다.
지난 17일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 지급 방안은 소득 하위 70%~80% 노인에 최고 20만원의 연금을 정액 또는 차등 지급한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황혼 1인 가구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장기관점에서 나홀로족 대책을 마련해야 사회비용 급증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노인 복지정책에서 빈곤율이 높은 황혼 1인 가구를 새로운 표적 집단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일자리 제공 정책과 더불어 신체적·정서적 안정을 위한 보건적 접근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또 "배우자와 이혼한 황혼 나홀로족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에서만 실시 중인 분할연금제도를 다른 공적연금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배우자와 사별한 1인 가구에는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수급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정주 연구원도 "유럽은 저소득층의 노후보장을 위해 연금개혁을 지속 진행 중이고 미국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금융소외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도 저소득 노인의 자산현성을 돕는 재무관리 지원을 계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그동안 가족중심의 노인부양을 지역커뮤니티와 공공기관 등이 분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황혼 1인 가구의 정서적 안정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양적 확장 위주의 노인복지 시설 확대만큼 질적 향상 방안도 필요하는 의견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