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의인터넷뒤집기)‘뒤죽박죽’ 네이버 독점논의

입력 : 2013-07-25 오후 4:02:42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네이버 독점 규제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국세청,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벌인 데 이어 미래부가 인터넷 검색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9월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주도로 포털의 불공정행위 금지에 관한 입법 활동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오랜 기간 인터넷업계에서는 네이버 독점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많은 중소업체들은 “네이버가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기반으로 수익 극대화에 나선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논의됐던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미국 ‘MS 끼워팔기 판결’과 유럽 '구글 독과점 조사’ 등 다양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네이버 독점논란을 짚고 넘어가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봤을 때 자칫 소중한 기회가 ‘뒤죽박죽’ 결과로 끝날까 우려스럽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분명한 의제설정입니다. 사실 논란의 핵심은 네이버가 인터넷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시선이 집중돼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제기되는 “검색결과에서 광고와 콘텐츠를 분리하자”는 주장과 뉴스 유료화에 대한 문제는 독점논란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둘째로 규범과 법률에 관한 이슈가 분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업 다각화에 대한 문제입니다. 네이버가 플랫폼 리더십 유지와 확대를 위해 이것저것 신사업을 하는 것과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음원사업을 시작했다고 가정했을 때 단순히 자본의 힘으로 시장지배력을 확장한다면 “골목상권을 침탈한다”는 감성적 비판은 가능해도 그 이상은 힘듭니다. 하지만 검색결과 최상단에 노출시켜 시장지배력 이전을 시도했다면 법적인 제재를 따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울러 전자는 규제를 위해 법을 신설해야 하고, 후자는 현행법으로 관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뒤섞어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문제해결을 흐리게 만드는 일입니다.
 
셋째로, 규제 논의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산업규제는 통상 신중해야 합니다.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의견 청취, 문제점 도출, 현행법 위반여부 검토 순으로 이뤄져야 하며, 새로운 법안을 구상하는 것은 그 다음 일입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입법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 만들어진 규제는 산업 전체를 옥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로, 네이버 독점폐해를 입증해줄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글이 비슷한 논란에 직면했을 때 미국과 유럽에서 열린 청문회에서는 유수 벤처기업들이 나와 피해사례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MS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사건 때도 정부와 MS를 대표해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론으로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신주의’ 탓인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규제를 추진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세청, 공정위, 미래부, 국회 등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 네이버의 잘못을 뒤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모습은 자칫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며, 한편으로는 중복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통일돼야 합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규제에 대한 논의는 매우 조심스레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인터넷산업은 최첨단으로서 자라나는 ‘새 싹’과 같고, 일반 제조업과 다른 점이 많아 기존 잣대를 들이대기도 힘듭니다. 따라서 신중하고 전문성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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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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