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네이버, 존경받는 '1위' 되려면

입력 : 2013-07-25 오후 3:27:32
‘공룡포털’ 네이버에 대한 동종업체 종사자들의 시선이 따갑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연일 쏟아내는 ‘네이버 때리기’에 대해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정치권이 네이버를 몰아붙이는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업계가 가지고 있는 네이버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3일 여당 주최로 열렸던 관련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네이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인터넷 업체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이들이 인터넷 업계를 대표한 것은 아니겠지만 네이버가 1위 기업에 걸맞는 존경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골목상권 침해논란을 비롯해 재벌기업의 불공정 사례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금까지 많았지만, 설립된 지 십수년 밖에 되지 않은 벤처 출신 기업이 이토록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사실 벤처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성공사례는 자랑스러워할만 하다.
 
지난해 매출 2조4000억원에 영업이익은 7000억원이 넘어, 영업이익률이 무려 30%에 육박한다. 업계 2위인 다음이 매출 4534억원, 영업이익 1017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압도적인 실적인지 알 수 있다. 증시에서도 시가총액이 13조원을 훌쩍 넘어, 코스피 15위에 달한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시총에서만큼은 NHN에 못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실적만 놓고 보면 ‘한국의 구글’로 칭송받아 마땅한 네이버가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네이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인터넷 산업 초창기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 시장을 선도해온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벤처정신의 구현이다.
 
하지만 어느 샌가 이 같은 벤처정신은 변질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검색분야에서의 막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후발주자들의 성장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문어발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구글 같은 기업의 경우 독점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새로운 사업모델을 가진 업체의 성장을 가로막지는 않는다.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는 마구잡이 식의 사업 진출을 막고 상생을 유도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있겠지만, 기업스스로가 ‘벤처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생태계 조성에 힘쓰려는 내부 문화의 힘도 크다고 본다.
 
정치권과 정부는 네이버 때리기에 그치지 말고 벤처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는 법률과 제도마련에 좀더 고민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정권 초기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잦아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이면 안된다.
 
네이버는 이번을 기회로 삼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벤처 생태계를 되살리는 것이 네이버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김상헌 NHN대표는 23일 토론회에서 조만간 파격적인 상생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국민과 인터넷 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정협 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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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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