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신폭 좁아진 정부, 세제개편 '파격은 없다'

비과세감면 정비·지하경제 양성화 틀 유지..그마저도 원안통과 어려울 듯

입력 : 2013-07-25 오후 5:42:09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오는 8월초 발표를 목표로 박근혜 정부 첫해 세제개편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결과물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통상 정부 집권 첫해에는 신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대규모 증세나 감세 등 다소 개혁적이거나 추진이 어려운 과제들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키지만, 이번에는 딱히 파격적인 방안을 담기가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이다.
 
(사진=뉴스토마토)
박근혜 대통령(사진)이 이미 '증세 없는 재원마련'이라는 조세정책의 기본틀을 제시한 상황이어서 세율조정이나 신규 세목 신설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첫해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도입,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도입 등 부동산 투기방지와 소득재분배에 초점을 둔 파격적인 세제개편안이 담겼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는 사상 유래 없는 대규모 감세정책이 쏟아졌다.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모두 인하하고, 상속·증여세, 개별소비세 관세 등 거의 모든 세목에서 감세가 추진됐다.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세수감소 효과만 14조2000억원에 달했다.
 
2003년과 2008년에 마련된 세제개편안 모두 국회 입법이나 공론화과정에서 상당한 칼질을 당해야만 했던 것은 그만큼 파격적이고 대폭적인 변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 정부 첫해에는 이러한 대폭적인 세제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불황과 복지확대로 어느 때보다 재원이 말라 있지만, 직접적인 증세없는 재원 확보가 국정기조여서 담당 공무원들만 애가 타는 모양새다.
 
결국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두가지 축이 이번 세제개편의 기본 바탕이자 거의 전부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과거처럼 큰 덩어리를 내놓기는 어렵다"면서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뒷받침하는 것들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나마 기본틀로 잡고 있는 비과세감면 정비 등도 정부 생각대로 진행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정부 용역을 의뢰받아 마련한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근로자의 소득공제를 축소 또는 폐지하고, 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도 대폭 축소 및 통폐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난 23일 역시 조세재정연구원이 정부 용역을 통해 마련한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는 법인세는 인하하되, 소득세와 함께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득공제 축소는 근로자들의 반발이 불보듯 하고,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의 인상은 서민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구용역결과가 나온 직후 "샐러리맨 등치기 세제개편안"이라며 비난에 나섰다.
 
전 원내대표는 "캐쉬이코노미(cash economy)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세수부족·재정악화·지하경제의 확대라는 악순환이 빠질 수 있고,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를 늘리겠다는 대통령의 공약과도 모순되는 잘못된 발상"이라며 "부자감세 철회야말로 정답이란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은 이미 조세연구원 연구용역에서 드러난 비과세감면 정비와 소득 소비세제 개편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증세 없는 세원 마련'이라는 것을 내세운 것은 상당히 호소력이 있었지만, 막상 제도를 만를려고 보니까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이어 "비과세감면은 각각을 따져보면 다 어려운 사람들 돕고 배려하는 제도들이어서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발표하더라도 이후에 국회에 들어가면 상당히 변화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정부 원안대로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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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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