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日소비세 인상 미뤄지나..아베의 딜레마

입력 : 2013-07-29 오후 4:33:38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디플레이션 탈출을 지상과제로 삼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내 주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소비세 인상 문제와 관련해 딜레마에 빠졌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이미 현행 5%인 소비세율을 내년 4월 8%로, 또 2015년 10월에 10%까지로 2단계에 걸쳐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소비세를 거둬들이고 있는 일본이 세금 인상을 통해 재정 적자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비세율 인상이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겨우 회복 신호를 보이는 경제 성장세에 걸림돌이 된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소비세 인상 계획 철회 가능성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우려돼 아베 내각이 고민에 빠졌다.
 
이에 따라 오는 9월9일 발표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결과에 따라 세금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고민..경기 회복세 vs 시장 파장
 
지난 26일 아베 총리는 관련 부처들에게 소비세율 인상이 경기·물가에 미칠 파장에 대한 재검증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베 내각은 소비세 인상 문제와 관련해 ▲당초 계획대로 2단계 인상 ▲첫해 2%포인트 올린 후 1%포인씩 인상 ▲5년간 연 1%포인트씩 인상 ▲인상 계획 보류 등 4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소비세 인상 결정으로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일본 경기가 다시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아베 총리가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기반으로 간주돼 온 소비세 인상 법안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 동안 5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공부채에도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온 일본은 국제적 신뢰를 잃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일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 같이 일본이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벗어날 수 있는 최대 기회를 살려야 한다"며 "하지만 일본 재정개혁에 대해서도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만큼 소비세 인상은 어려운 결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는 경제 및 정치 영향을 감안해 소비세 인상에 나서기 꺼려한다"며 "하지만 그는 경제개혁 공약 번복으로 초래될 시장의 혼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세 인상에 대한 아베 내각의 내부적인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일본은 필수적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재정 건전성을 위해 실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베 총리의 경제멘토인 하마다 고이치 전 예일대 교수는 "아베 총리는 경기 회복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며 "세금 인상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고 언급했다.
 
◇"추가예산 확보 및 임금 인상 필요해"
 
한 일본 언론이 참의원 선거 이후 9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소비세 인상을 지지한 응답자는 11%에 그쳤고, 무려 58%는 소비세 인상 시기를 융통성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7%는 세금 인상에 대해 아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아베 내각이 소비세 인상이라는 산을 넘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 확보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을 소비세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최소 50억엔이 투자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마루야마 요시마사 이토추상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 인상 후에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게 되면 시장은 아베노믹스에 대해 다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며 "아베 내각은 다시 추가 재정지출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미야마 나오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스트래지스트도 "소비세 인상 문제는 아베 내각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세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임금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만다 탄 IFR마켓 편집장은 "소비세 인상에는 임금 인상이 동반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 내 소비 심리에 하방 리스크가 가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뜨거운 감자 '소비세 인상', 2분기 GDP가 분수령
 
23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세율이 내년에 8%까지 오를 경우 일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30%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는 9월에 나오는 2분기 GDP 발표가 소비세 인상 최종 시행 여부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전일 "오는 9월 2분기 GDP가 발표된다"며 "그 이후 가을 임시국회 개원 이전에 아베 총리가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는 9월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전에 소비세 인상 결정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던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도 지난 26일에 "최종 결정은 오는 9월 GDP가 발표되고 나서야 나오게 될 것"이라며 며칠 만에 마음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장은 2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하마다 고이치 교수는 "일본 경제성장률이 다음 2분기 연속 연율 4% 부근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일본은 종전 계획대로 소비세 인상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성장률 지표가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일 경우, 소비세 인상 문제는 더 미뤄지거나 아예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카미야마 나오키 BoA메릴린치 스트래지스트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되면 소비세 인상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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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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