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유가에 발목 잡힌 정유 "하반기는 다르다"

성수기 도래 및 유가상승 덕 볼 듯

입력 : 2013-07-29 오후 4:48:00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유업계가 지난 2분기 바닥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내 대표 정유사들은 유가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와 대규모 공장설비 보수 등이 겹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 분기 대비 추락했다.
 
반면 하반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3분기부터 이들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집트 정국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과 정기보수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회복 등이 실적 개선의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S-Oil, 1분기 대비 '추락'
 
SK이노베이션(096770)은 연결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 39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직전 분기였던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6.9%, 영업이익은 무려 43.2%나 감소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Oil(010950) 또한 2분기 995억77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3%, 69.5% 동반 추락했다. SK이노베이션과 흐름이 같았다.
 
특히 S-Oil의 경우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영업이익 추정치 1273억원에서 277억원 정도 하회하며 시장 기대치에도 부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오일뱅크, 2분기 영업익 500억원대..GS칼텍스도 동반부진  
 
업계 4위인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오일뱅크의 대주주(지분 91.13%)인 현대중공업은 정유 부문 매출이 4조664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4.7%,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수치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신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500억원, 504억원으로 파악했다. 지난 1분기 추정 영업이익이 197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 분기 대비 무려 74.61% 급감한 수준.
 
내달 초 실적이 발표되는 GS칼텍스 역시 부진이 예상된다. KB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GS칼텍스의 2분기 매출액을 각각 11조3600억원, 11조4610억원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40% 가량 줄어든 2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신증권과 SK증권은 각각 2390억원, 2324억원을 예상했고, 유진투자증권은 22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KB투자증권은 1800억원을 제시하며 2000억원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봤다.
 
◇정유업계, 유가하락·정기보수에 2분기 실적 발목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 악화 요인은 국제유가 하락과 정기보수 돌입 등으로 요약된다.
 
국제유가는 지난 1분기 평균 배럴당 107달러에서 2분기 평균 100달러로 6.54%나 주저앉았다. 정유사들은 한달 전에 구입한 원유를 가공한 뒤 시장가(현 유가)로 판매하는데, 올 2분기 정유사들은 비싸게 수입한 원유로 경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만든 뒤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만 했다.
 
유가하락에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폭이 두드러진 것도 정유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100%에 달하기 때문으로 관련 업계는 분석했다.
 
대규모 공장설비 보수도 2분기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생산량이 급감, 수출과 내수에 그만큼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 연산 41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공장과 하루 17만 배럴의 원유 처리가 가능한 정제시설(CDU)의 대규모 정기보수에 돌입했다. S-Oli일도 정유·화학·윤활유 등 전 사업부문에 걸친 대규모 정기보수를 실시했고, 현대오일뱅크 역시 정기보수의 영향으로 가동률이 하락했다.
 
◇성수기 3분기부터 '반등'..유가 상승과 美 수요 회복이 견인
 
정유업계와 증권업계는 올 3분기부터는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3분기를 기점으로 하반기가 정유업계의 성수기인데다 공장설비 보수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가와 미국경기 회복도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가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6월 평균가격이 배럴당 100.17달러를 기록했으나 7월4주 들어 104.90달러로 뛰어올랐다.
 
◇출처=한국석유공사 주간 유가동향.
 
두바이유 가격은 7월1주 100.75달러에서 7월2주 103.55달러, 7월3주 104.54달러 등 매주 소폭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되는 이집트 정국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유가 상승도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 26일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유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절기 석유 수요 증가로 상반기보다 오를 것"이라면서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셰일가스 등의 영향으로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도 수익 개선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6월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급증한 140만대를 기록하며 6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하반기 차량 수요 역시 견조한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윤활유 부문도 동반 성장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최소 5300억원대에서 최대 62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황규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의 개선과 윤활기유 증설효과, 스타이렌(SM)과 폴리에틸렌(PE) 등 석유화학제품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4% 개선된 530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S-Oil 역시 유가상승에 따른 정제마진의 개선과 윤활유의 호조 등에 힘입어 올 3분기 3500억원에서 3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정유부문 이익 개선이 예상되고, 화학과 윤활기유 부문도 정기보수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멸할 것"이라면서 "영업이익은 365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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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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