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부실 저축은행들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에 거액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저축은행 8곳이 JTBC·채널A·뉴스Y·머니투데이에 총 300억4000만원을 출자했다"고 밝혔다.
(사진=조아름기자)
이중 부산저축은행, 토마토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등 5곳은 출자 이후 영업정지를 당했다. 5곳의 출자금은 237억원에 달한다.
미래저축은행이 가장 많은 107억원을 투자했으며, 방송 사업자별로는 채널A가 145억4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출자받았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부실 저축은행들이 종편, 보도채널에 출자를 결정할 당시 이미 이들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이들이 유동성과 수익성이 불투명한 종편, 보도채널 사업에 투자한 것은 이들 방송사가 무엇인가 영향력을 행사해 주길 원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비영리법인의 출자도 문제가 됐다. 학교재단, 의료재단 등 27개의 비영리법인은 6개 사업자에 총 449억5500 원을 출자했다.
학교법인 단호학원(용인대)이 CSTV(TV조선으로 변경됨)에 150억원으로 최다 출자를 기록했으며 학교법인 을지학원·의료법인 을지병원(을지대)은 뉴스Y에 90억원을 출자해 주요주주에 올랐다.
고려대·한양대·이화여대 등 산학협력단 3곳도 종편, 보도채널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양대와 이화여대의 산학협력단은 2개 사업자에 중복으로 출자했다.
조선일보와 사돈지간으로 CSTV에 50억원을 출자한 학교법인 고운학원(수원대)의 경우 최근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상조 교수는 "수익성도 불투명한 사업에 거액을 출자한 것은 비영리법인의 자금 운영 원칙에 어긋난다"며 "방통위 심사위원들도 이점을 여러 곳에서 지적하는 등 주주 건전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보도채널과 달리 종편 사업자의 평가에서는 크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지역신문사들도 출자법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7개 지역 신문사가 CSTV, JTBC, 채널A 등 종편 사업에 42억원을 출자했다. 이들 중 제주일보는 3개 사업자에 총 6억 원을 출자했는데 제주일보는 회사 부도와 회장 구속으로 자산, 제호가 공매에 직면해 있다.
또 투캐피탈 등 외국법인과 건설·자동차부품·의료 등 3개 업종 회사들이 종편 등에 거액을 출자한 점도 특이 사항으로 꼽혔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투자는 비밀스럽게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주주로 직접 참여한 종편은 CSTV(한진그룹 대한항공 300억 원, 부영그룹 부영주택 170억 원), 채널A(한국투자금융지주그룹 한국투자증권 15억 원, 현대백화점그룹 리바트 20억 원 등이다.
특히 한진·부영그룹은 CSTV에 주요주주로 참여했으며 대성그룹은 CUN, HTV에 중복주주로 참여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하도급업체 9개 사, 현대기아자동차 하도급업체 18개 사가 CSTV, JTBC, 채널A에 집중 중복 출자했다.
아울러 여러 컨소시엄에 중복 참여한 주주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42개 주주가 많게는 5개 사업자까지 중복 참여했는데 상당부분은 1% 미만 중복 주주다. 이에 대해 언론연대는 "5% 이상 주주의 중복참여는 없으나, 5% 미만 주주의 경우 중복 참여한 사례가 다수 있다"면서 "1% 이상 지분율로 복수의 사업자에 주주로 참여한 경우에만 감점 처리하는 기준상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승인 심사 당시 개별 주주 단위로 심사를 하면서 법인주주의 사실상 지배자인 자연인에 대한 심사 항목이 없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방송법에서는 신문사의 종편 지분 한도를 30%로, 일반 기업은 40%로 제한하고 있다. 방통위는 특수 관계인의 경우 지분 합계를 기준으로 소유 한도를 계산하고 특수 관계인이 아닌 주요 주주들은 개별 주주 단위로 심사를 했다. 지분 쪼개기로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었던 셈이다.
채널A의 경우 동아일보가 29.31%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5.15%의 주분을 소유한 삼양사는 동아일보와 친족 관계로 삼양사 창립자 고 김연수 전 회장은 동아일보의 창립자 고 김성수 전 사장의 동생이다. 여기에 사실상 특수 관계에 있는 고려중앙학원과 고려대산학협력단이 각각 0.49%과 0.12%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더하면 35.07%로 30%를 훌쩍 넘는다.
JTBC의 경우도 중앙미디어네트워크와 중앙일보가 30.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의 특수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성보문화재단이 1.18%를 갖고있다. 또 5.92%를 보유한 2대 주주, 디와이에셋은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테크윈(삼성항공)에서 분사한 SFA의 관계회사로 디와이에셋과 SFA는 모두 디와이홀딩스 자회사다.
김 교수는 “심사대상이 되는 대주주는 개별주주가 아니라 공통의 지배권 하에 있는 특수 관계인 주주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며 “방통위의 대주주 심사 기준은 최대주주에 대한 지분 소유 한도 규제 외에는 모두 개별 주주만을 심사대상으로 하고, 법인주주의 사실상 지배자에 대한 심사 항목이 없어 심각한 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 그룹에 속한 다수의 계열사가 하나의 사업자에 나누어 출자한 경우도 있었다. 조선일보의 계열사인 디지틀조선일보와 조선뉴스프레스, 스포츠조선, 조선매거진 등은 출자에 참여했지만 주요주주로 분류되지 않았다.
JTBC에 투자한 S&T중공업과 S&T대우 역시 계열사 관계지만 지분이 따로 계산됐다. 성우하이텍과 이엑스알코리아, 한국컴퓨터와 로지시스, 케이씨에스, 한네트, 한국트로닉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론연대는 “공통의 지배권 하에 있는 특수 관계인 주주를 모두 합해 보면 실질적인 중복 참여의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연대는 오는 8월12일 종편과 신규보도채널에 참여한 주요주주의 재무상황 등을 분석한 자료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