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이라는 '전가의 보도' 쥔 새누리, 국정조사 쥐락펴락

'감금과 매관매직도 조사' '제척 사태' '귀태 논란' 등 국조 흐름 주도

입력 : 2013-07-29 오후 5:30:11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국정원 국정조사의 후속일정을 여여가 합의한 가운데, 합의 후폭풍의 여진이 민주당을 강타하고 있다. 트위터 등의 SNS에는 '제2여당'·'적대적 공존세력' 등 민주당에 대한 비난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민주당도 이런 비난을 의식해 29일 전병헌 원내대표와 특위 위원들이 나서서 합의 불가피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합의 당사자인 정청래 의원도 "질책은 달게 받겠다"면서도 "여기서 국조를 중단하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의 이같은 국정조사 지속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매를 맺을 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3월17일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격적으로 국정원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당시 합의는 새누리당이 지연되던 정부조직법 협상의 반대급부로 민주당에 내민 카드였다. 즉, 당시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정부조직법 통과를 읍소해야 하는 위치였다. 당시 협의 내용은 '검찰 수사가 끝나는 즉시 국정조사를 진행한다'였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작 6월14일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후 국정조사에 미온적인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당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 종료 시점은 법원 판결 후'라는 등의 국조에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며 민주당을 자극했다.
 
민주당 내에서 장외투쟁 등 강경 대응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와중에 6월25일 여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실시계획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매관매직' 의혹과 '국정원 직원 감금' 문제를 국정조사에 포함시키기로 관철시켰다. 
 
여야가 국조 특위 위원을 확정한 뒤 새누리당은 이번엔 '제척'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직원이 대선개입 댓글을 달던 현장에 나간 김현·진선미 의원에 대해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며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은 두 의원이 '국정원 직원 감금' 의혹으로 고발됐다는 점을 들어 국정조사 무산 카드를 꺼내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진선미 의원의 "경찰, 선관위 직원이 있을 때 5분 머무른 게 전부"와 김현 의원의 "행안위, 정보위 소속으로 당연한 임무"라는 해명에도 새누리당은 막무가내로 두 의원의 교체를 요구해 결국 두 의원을 교체를 이끌어냈다.
 
이어 나온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으로 새누리당은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국정조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국회 일정 '보이콧'을 외치며 '비장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 26일에는 국정원에 대한 기관보고 공개여부를 놓고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새누리당은 '정보 유출'을 이유로 국정원 기관보고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다. 거기에 더해 남재준 국정원장에게도 출석의무가 없다고 통보해 야당이 단독으로 진행하려던 국조 특위도 가로막았다.
 
결국 새누리당은 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해 국정원 기관보고를 모두 발언만을 공개하는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국조특위에 복귀했다. 또 민주당이 5일을 요구한 청문회도 이틀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국조 파행 위협'에 민주당의 양보'라는 흐름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9일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 민주당이 쳐놓은 덫에 빠져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계속되는 새누리당의 몽니에 대처할 마땅한 방안이 없음을 토로했다.
 
이제 앞으로 청문회를 위한 증인 채택과 결과보고서 채택을 놓고 여야는 또다시 협상을 진행한다. 이미 증인과 관련해 양측은 공통 증인 18명에만 합의했을 뿐, 새누리당은 김현 진선미 의원을, 민주당은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증언대에 반드시 세우겠다는 각오를 밝혀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파행'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계속 손에 쥐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만약 '흐지부지'된 국정조사 결과만을 민주당이 손에 쥘 경우, 지도부를 향한 '강경 투쟁' 요구는 더욱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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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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