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 검찰이 1심보다 가중된 징역형을 구형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진행된 SK그룹 횡령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징역 6년을,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최 부회장의 경우 1심과 같지만 최 회장에게는 2년이 가중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는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4년을, 횡령혐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SK홀딩스 장모 전무에게는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함께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SK그룹과 수많은 주주로부터 자산을 보호해 달라는 신임을 받고도 이를 배신한 사건"이라며 "항소심서 추가로 확인된 최 회장 형제의 범죄 사실 관계에 비춰 더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1심은 피고인들의 범행 피해 회복을 고려해 판결했으나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SK계열사의 1500억원 상당의 펀드 출자 자금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최 부회장에 대해 "이사회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최 회장의 동생이며 SK가스의 대표이사로서 피해회사와 주주로부터 받은 신임을 져버린 책임이 가볍지 않아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후진술 기회를 통해 계열사에 출자금 지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김원홍 전 고문에게 속았기 때문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최 회장은 "김 고문과의 관계를 숨기고 싶었다"며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며 이 생각이 잘못된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진실을 왜곡시키는 문제를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돌이켜보면 믿었던 사람인데 결과가 이렇게 돼 제가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 내면적으로 스스로를 자책했다"며 "당시 펀드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러나 김 고문의 방법으로 해선 안 됐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변호인 이공현 변호사도 "이 사건 뒤에는 김원홍이란 인물이 있었다. 둘의 관계가 설명이 돼야 납득이 된다. 일반인 입장에서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며 진술을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 부회장도 최후진술에서 "수사 처음에 거짓으로 자수해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항소심에서도 공방이 계속된 데 대해 책임을 느끼며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1심에서 친형인 회장님이 구속되는 참담한 결과를 지켜봤다. 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짧은 생각이 드러났다"며 "진실을 밝히는 데 핵심 인물은 김원홍 고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과정과 최후변론을 마친 뒤에도 추가 질문을 계속하는 등 최 회장 형제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점검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가 나란히 책임을 김 고문에 돌리는 데 대해 "최 부회장은 아무 잘못도 없으면서 아무 잘못도 없다는 최 회장을 위해서 검찰이 소환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출석해 자수하고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자백한 것이냐"고 질문했다.
최 회장은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과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 전 대표를 통해 국외 체류 중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회장의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동생인 최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 회장 형제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9일 오후 2시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