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김무성 낭독 대화록, 국정원에서 나온 것"

"국가기밀 국정원본 유출, 박근혜 캠프 입수..명백한 범죄"

입력 : 2013-07-30 오후 3:52:1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대선 전 12월14일 김무성 박근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 부산 유세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읽은 것은 새누리당 정권이 큰 선거 때마다 반복했던 '북풍(北風)'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김무성, 박근혜, 그리고 법치주의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근혜 후보 선대본부는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를 '종북(從北)'으로 몰아 반북정서를 가진 보수층 유권자를 결집하고 중도성향 유권자를 흔들어 놓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에서 북풍을 일으키려고 한 것"이라면서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이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일으켰거나 일으키려고 했던 '북풍공작'을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에서도 시도한 것이다.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 제 버릇 개 주기 어렵다"고 힐난했다.
 
그는 "김무성 본부장이 대화록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선거판세가 혼미했기 때문"이라고 자문자답했다.
 
이어 "선거법에 따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이었던 12월12일 많은 언론사들이 여론조사를 했다. 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다 따라잡은 결과가 다수 나왔다. 게다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터져서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되짚었다.
 
유 전 장관은 "박 후보 선대본부는 박빙의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북풍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법률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그 부담을 넘기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할 수 없이 김무성이 직접 총대를 맸다"고 봤다.
 
지난 6월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그걸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 그 원문을 보고 우리 내부에서도 회의도 해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 좋고 해서 원세훈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 해줘 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한 것"이라고 셀프고백을 한 바 있다.
 
유 전 장관은 이를 권영세 주중대사가 말한 "컨틴전시 플랜"을 김 의원이 실행에 옮긴 것으로 이해했다. "권영세의 발언은 박 후보 선대본부는 대화록을 입수했으며 그것을 선거에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김 의원이 읽은 대화록은 국정원 유출본일 것으로 추정했다. 유 전 장관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 7월 국회 열람위원들은 국가기록원에 있을 것으로 믿었던 대화록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는 김 의원이 유세장에서 낭독한 대화록은 국정원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그렇게 판단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그 당시 국정원은 대화록을 '2급 국가기밀'로 분류해 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누군가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던 국가기밀 문서를 유출했고, 박근혜 선대위가 입수했으며, 그 일부를 김무성 본부장이 공개한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범죄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 국가기밀 누설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이제 온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 검사들도 모를 리 없다"면서 "그렇다면 검찰은 즉각 이 중대한 범죄에 대한 '인지수사'를 시작해야 한다. 범죄자들을 색출해 재판정에 세우는 것이 검찰의 임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 전 장관은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겠다는 일본 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한일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밀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누군가 그 대화록을 빼내어 야당 국회의원에게 주었고, 그 국회의원이 대선 유세장에서 그것을 읽었다고 하자"고 제안했다.
 
유 전 장관은 "새누리당이 가만히 있겠는가. 검찰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물은 뒤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그런데도 지금 검찰은 대화록 유출하고 국가기밀을 공개한 범죄자들을 지켜보고만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다른 게 아니다. 그 명백한 범죄행위에서 정치적 이익을 얻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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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