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가 제안한 취득세 영구인하안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세수 감소를 더이상 눈뜨고 볼 수 없다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인데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집을 가진 사람들은 취득세율 인하가 빨리 적용되길 바라지만 지자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제 도입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같은 상황에 결국 집주인들은 뿔이 났습니다. 억지처럼 들릴 수 있지만 세수가 부족하다면 전세에도 세금을 부과하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지난 2009년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 퍼스티지. 이 아파트 전용 84.9㎡의 전셋값 시세는 8억5000만원~9억3000만원에 달합니다. 바로 옆 반포 자이 역시 조금 낮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없는 8억3000만원~9억2000만원 정도.
대형 아파트도 아니고 초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도 아닌 국민주택 규모의 일반 아파트 전셋값이 9억원에 달하는 겁니다. 물론 다 아시겠지만요.
전셋집은 없는데 매매시장 침체에 전세로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면서 장기고공 행진 중인 전셋값은 이제 10억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리버시티3단지. 래미안 퍼스티지와 같은 해 입주한 이 아파트의 전용 85㎡ 매매가는 3억3000만원~3억5000만원 선입니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세값이면 수락리버시티를 2채 사고도 돈이 남습니다. 최고급 명품 승용차를 1~2대 사도 될 정돈데요. 반대로 수락리버시티 주민들은 소중한 내 집을 팔아도 반포동에서 남의 집 세입자 생활도 할 수 없습니다.
같은 크기의 집이지만 9억원 세입자와 3억원 집주인. 누가 부자고 누가 서민인지, 누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는지 모호해집니다.
고가 전세에도 세금을 물려야한다는 집주인들의 성토가 억지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집을 가졌다는 이유로 지자체에 재산세를 내고 있습니다. 집을 살 때는 지자체에 취득세도 냈습니다. 집과 관련해 9억 세입자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3억원 집주인은 냈고,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는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매매·거래가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율 영구인하를 바라지만 지자체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정말 세수가 줄어들 것이 걱정되면 공무원 월급부터 깎든지 고가 세입자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해라. 요즘 전세값이 과연 진짜 서민들이 낼 수 있는 전세값인가. 지자체는 세수 떨어지는 걱정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집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라."
일선에서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겐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현장에서는 이처럼 세수 감소만 걱정하는 지자체를 향해 일침을 던지는 집주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저 사람(지자체장) 꼴을 보기 싫어 이사를 가고 싶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갈수도 없어요"라는 어느 집주인의 웃기지만 슬픈 하소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가의 전세라도 세금을 부과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고가 전세의 기준을 어디까지 잡아야 할지, 세율은 어느 정도 적용해야 할지, 세입자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합니다.
국회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법안을 통과시켜줄리도 만무하죠. 당리당략에 갇혀 당장 필요한 정책도 통과되지 못하는 마당인데요.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에 휘둘리는 부동산시장. 힘들게 정부 각 부처에서 합의를 보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고, 일부 정책은 국회에 도착하기 전 지자체가 발목을 잡습니다.
부동산규제 완화 하나만 보고 사는 집주인들이라면 부아가 치밀 겁니다. 오죽했으면 세입자에게까지 집과 관련된 세금을 내라고 말하까요. 집주인들의 불만이 폭발하기 전 이들을 달래줄 처방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