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이명박 정부에서 대운하를 4대강 사업으로 위장하고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이에 대한 당 차원의 반응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사업의 전초였다고 밝힌 이후 새누리당에서 나온 대응은 이재오•이병석•심재철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 뿐이다.
이런 새누리당의 태도는 국토부의 비밀 문건이 공개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김현 민주당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국토부 ‘주요 쟁점 업무협의 결과보고’ 자료에는 MB정부가 대운하를 염두하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자료에는 2009년 2월13일 회의에서 당시 MB정부 실세였던 박영준 국무차장이 “국토부 안으로 추진하고 경제가 좋아지고 경인운하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되면 대운하안으로 추진”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돼있다.
2월 작성된 보고서에는 “기획단 안으로도 추가 준설 등을 통해 운하 추진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4대강 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대운하와) 동일하다”고 적혀 있다.
또 공개된 자료에는 ▲ 운하가 재추진 될 수 있도록 이 대통령이 4대강을 몇 m까지 파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문건 ▲ 국토부가 2009년 10월 갑문 설치를 감안해 보를 계획하라고 5개 지방국토관리청에 하달한 문건 ▲ 4대강 사업으로 예산낭비•수질악화•생태계 파괴 등 문제를 전망한 국토부 내부검토 문서 등이 들어있다.
시기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과 대운하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힌 이후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이 정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는데도, 당시 정부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꿀먹은 벙어리다.
민주당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MB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날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권은 마치 4대강 사업의 실패가 이전 정권의 문제인 냥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친박과 친이계는 4대강 사업에서 한 줄기로 만나고 있다”며 “혈세 22조원을 들여 흘러야 할 물줄기는 막아놓고 친이 친박간 협력의 물줄기를 터놓는 지렛대로 사용한 4대강 사업의 최초 발원지는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최종 도착지는 박근혜 대통령이고 정권연장이었다”라고 논평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 4대강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 지도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으로서는 MB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됐던 친이계 의원들이 당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4대강 사업 문제를 섣불리 거론할 경우 내부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