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직접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때로는 듣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혼성 듀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음악이 그렇다. 이들의 음악은 여행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지난 31일 합정동 아르떼홀에서 작은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2년만에 발매한 정규 5집 수록곡 중 'Almost Blue' '다녀온 이야기' '순간' 등 세 곡을 불렀다.
이번 앨범에는 여행지에서 담아온 소리, 서울 작업실 소리, 전철역 소리 등 소리로 여행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곳곳에 담아냈다.
리더인 민홍은 노트북에 담아온 소리와 기타 한대로 풍경들을 그려냈고, 보컬 송은지는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그 위에 노래를 더했다.
공연은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뮤직비디오로 시작됐다. 데칼코마니 기법을 활용한 타이틀곡 '순간'의 뮤직비디오는 반으로 분할된 것 같은 화면을 통해 한 여성이 끊임없이 어디론가 향해 뛰어가며 주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분할된 화면이 합쳐지며 뮤직비디오가 끝나고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첫 곡은 '올모스트 블루(Almost Blue)'였다. 반복되는 코드와 리듬, 가사가 매력적인 곡이다. 4비트의 느린 템포에 민홍의 기타 연주가 더해졌다. 가사는 짧고 축약적이지만 그래서 더 와닿는다. 너무 과하게 담아내는 대신 살짝 비워내며 곡의 느낌을 살렸다.
'다녀온 이야기'는 다양한 소리가 담긴 곡이다. 곡에 담긴 여러가지 울리는 소리들이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곡의 느낌이 굉장히 풍성하다. 낯선 곳으로 가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 곡은 앨범 타이틀인 '순간'이었다. 빠른 템포의 곡이 마치 달리기를 할 때 그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연상케 했다. 보컬 송은지는 빠른 속도의 노래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고, 민홍의 기타는 언제나 그렇듯 울림이 있었다.
송은지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라며 "먼저가는 사람, 조금 느리게 걷는 사람 등 모든 사람들의 순간 순간에 대한 느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은 공연장에서 3곡만으로 꾸며진 소공연이었지만, 그들의 음악은 한편의 여행을 그려냈다. 현장에서 직접 담아온 노이즈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음악이 됐다. 더운 여름, '귀'로 즐기는 멋진 여행이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31일 합정동 아르떼홀에서 작은 라이브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