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세종시가 지난달 30일 공청회를 열고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2030년까지 인구 80만명에 공원 100여개를 조성한다는 계획인데요. 여기에 서울시에서 갑론을박 중인 경전철을 도입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사실 '수용인구 80만'은 참여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추진하며 제시한 50만명 보다 30만명이나 올려잡은 수치입니다. 세종시는 읍면지역 인구를 당초안보다 늘려서 명실공히 '균형발전'을 이룬다는 계획이라고 하죠.
이만하면 근사한 행복도시로 구색을 갖출듯 보이는데 상황은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도시 '볼륨'과 '사이즈'를 늘린다는 방침이 정부가 내세운 기조와 상반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임기 내 11조~12조원 정도를 줄이겠다고 아예 못을 박았죠.
각종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재원이 필요한 중앙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당장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입니다.
특히 도시 인프라를 새로 닦아야 할 신생 세종시의 우려는 남다른 듯 보입니다. 세종시와 대전 등 인근지역 여론은 '만든다 해놓고 나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연일 나오는 중입니다.
세종시설치법은 세종시에 재정면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시는 시대로 당장 내년말 완공예정인 시청과 교육청에 대해 '연기론'이 나오면서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지역 신문에 따르면 유한식 시장이 직접 "예산은 발품을 팔아 (부처 관계자를) 계속 만나고 설득하면 할수록 늘어난다"는 말로 시 공무원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고 하네요.
듣기에 따라서는 지역이기주의로 비칠 법한 내용이지만 절박함의 발로로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재정건전성 문제가 심각한 국내 지자체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진짜 문제가 있다면 무분별하게 벌여놓은 사회간접자본 사업 자체에 있겠죠.
냉정히 말해 사회간접자본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토건족'만 배불린다는 비판도 없지 않은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추진해보겠다는 박근혜정부 방침은 나무랄 데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반대로 노무현 →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천당과 지옥의 등락을 경험한, 그것도 여러번 겪은 세종시의 노이로제 반응 역시 다분한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할 순 없는 노릇이죠.
세종시 회의 풍경 (사진제공: 세종시)
과거 참여정부가 '행정수도' 카드를 꺼내든 의도를 간파한 이들이라도 분권주의 원칙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그렇게 사회여론이 동의한 대의라면 계획대로 행정도시를 제대로 만들고 가꾸는 일에 진력하는 게 도리일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 '세종시에만 특혜를 준다'는 타지역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하죠. 정부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적 상황에 처한 셈입니다.
지난달 18일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이 직접 나서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SOC나 큰 프로젝트는 그대로 간다"는 말로 지자체를 달래놓긴 했는데요, 정부 행보가 얼마큼 현명한 선택으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사족 하나 덧붙입니다. 세종시가 지난달 공청회에서 밝힌 도시기본계획에 대해 "시민 수요적 관점보다는 여전히 성장·공급 지향적 관점에서 작성됐다"는 비판이 현장에서 여럿 나왔다고 하는데요.
세종시가 중앙정부에 느끼는 서운함과 별개로 반드시 곱씹어야 할 충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시의 개발과 발전은 더이상 크기나 수치로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요.
세종시가 행복도시로 이름값을 하려면 인구증대나 경전철 도입말고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