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SK 전기차 배터리 3인방, 장밋빛 전망 속 수익은 '아직'

입력 : 2013-08-02 오전 9:36:3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2015년 하반기부터 흑자전환을 기대해도 좋다."(LG화학)
"상반기에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했고, 하반기에 추가수주가 기대된다."(삼성SDI)
"베이징 조인트벤처의 출범과 현대차 쏘울 전기차 수주로 내년 하반기부터 매출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다."(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축적을 벌이고 있는 3사가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르노와 토요타, GM, BMW 등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배터리 시장도 덩달아 기대감이 높아졌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은 GM이 지난 2011년 야심작인 전기차 '볼트'를 출시하면서 기대감이 싹텄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전기차 수요의 부진으로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일반 차량보다 2배 이상 몸값이 비싼 탓에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역시 대내외 경제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그간 전기차 출시에 소극적이었던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올 1분기 1100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점도 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 대해 각각 2015년과 2017년에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 "2015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덕본다"
 
김종현 LG화학 자동차전지사업부장(전무)는 올 2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최근 하이브리드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각광받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PHEV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 관심을 보이면서 오는 2015년 이후에는 PHEV가 전기차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HEV는 하이브리와 전기차의 중간 형태로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동력을 공급하고, 내연기관은 배터리에 전기에너지를 충전시킬 때 사용한다.
 
◇LG화학의 차량용 리튬이온2차전지.(사진=뉴스토마토 DB)
 
LG화학은 PHEV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느는 오는 2015년 하반기쯤 중대형 전지가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서며 전지사업부의 영업이익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PHEV의 수혜를 입기 전까지 중대형 전기차 부문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중대형 전지의 올해 총 매출이 6000억대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올해 중대형 전지의 올해 매출을 6000억원, 내년에는 80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매출 목표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의 주요 고객사인 GM 볼트가 판매 부진을 보임에 따라 LG화학의 매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GM은 볼트 출시 당시 2011년 1만대, 2012년 6만대 판매를 계획했다. 그러나 볼트의 지난해 판매량은 2만3000여대에 그치면서 LG화학 역시 중대형 전지에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 증권업계 역시 LG화학의 중대형 전지의 매출 규모가 5000원대에서 6000억원대 이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의 전체 매출액은 2조5000억원, 이 가운데 중대형 전지는 5000억원에서 6000억원대 사이가 될 것"이라면서 "당장 이익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하반기로 갈 수록 적자가 줄어드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올해부터 차량용 배터리 공급..증권가 "1000억원대 적자 전망"
 
삼성SDI 역시 올해 자동차용 전지 부문에서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올해 크라이슬러와 BMW에 전기차용 전지를, 인도 마힌드라에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올해 전기차용 전지에서 900억원대 전후의 매출을 올리고, 1400억원대 내외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HMC증권은 삼성SDI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74억원, 1445억원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과 이트레이드 증권은 각각 1443억원과 1216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용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의 분기별 고정비가 200억원 정도로 추산 된다"면서 "여기에 고정비 외에 전지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도 발생하고 있어 향후 2년간 적자를 면하기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용 전지는 2015년 초에나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BMW가 오는 11월 출시하는 i3의 성패여부가 삼성SDI의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i3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될 경우 LG화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진 시장 선점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걸로 보고 있다. 전기차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라 완성차 업체들은 차종에 따라 배터리 공급업체를 선정한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성과가 향후 배터리 업체의 수주에 보증 수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오는 2020년에는 전기차의 차량 수요가 95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PHEV가 오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걸로 예상했다. 2015년 PHEV가 전기차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LG화학의 전망과 비교해 다소 보수적인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이러한 시각차에 대해 "삼성SDI는 순주 전기차(EV) 위주의 공급을 진행하고 있고, LG화학의 경우 PHEV쪽에 무게를 싣고 있어 시장 전망이 다소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SDI는 EV용 전지의 배터리 용량 단위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내년 하반기 中서 매출 확대될 것"
 
전기차용 전지에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진 SK이노베이션 역시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사업에 대한 전망을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베이징자동차와 합작법인이 출범했고, 현대차의 전기차 소울의 배터리도 수주한 만큼 내년 하반기에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최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확대되고, 각국 정부가 전기차 지원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고 있어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는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자동차용 전지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이 2015년까지 매출과 이익규모면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내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선두 업체들마저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후발 업체가 가져갈 파이의 몫이 작다고 보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SDI와 LG화학은 이미 소형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소형 전지 부문이 없는 SK이노베이션은 전지사업에서 이제 막 인지도를 쌓아가는 걸음마 단계다. 때문에 소형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놓은 경쟁사의 후광효과를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지환 연구원은 "중대형 전지는 기존에 소형 전지에서 두각을 내는 삼성과 LG, 파나소닉을 포함한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인지도가 낮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중대형 전지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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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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