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에 민감 반응 새누리, 야당때는 어땠나

입력 : 2013-08-02 오후 2:41:15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이 거리로 나간 민주당을 향해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외투쟁에는 국가정보원 국정조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판을 엎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며, 이는 민생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새누리당 역시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여러 차례 국회를 박차고 나갔던 전력이 있다.
 
이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1998년 검찰이 '세풍' 사건을 수사하자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31일간 장외투쟁을 펼친 바 있다.
 
세풍 사건이란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관계자들과 함께 대선 자금을 모금했던 사건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이어 2004년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 대표를 맡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천막당사'를 설치해 또 한 번 장외로 나갔다.
 
당시 분위기는 집권여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효과와 '노인폄하' 발언 파문 등으로 기사회생, 121석을 수확했고 박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거리로 나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 2005년 12월엔 참여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사학법 개정안을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53일 동안이나 장외투쟁을 벌였다.
 
이 때 역시 박 대통령이 대표를 맡았던 시절로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을 진두지휘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던 시절 여러 차례 현재의 민주당처럼 장외투쟁에 돌입하기를 꺼리지 않아왔다.
 
그러나 서울광장에 천막을 친 민주당을 향한 최근의 발언들은 마치 레테의 강을 건너기라도 한 모습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장외투쟁을 선언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강경파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민주당 지도부가 정말 안쓰럽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민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현주 대변인은 "자기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거리로 나갈 것이라며 떼를 쓰는 사람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라니 답답함을 넘어서 참담한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향해선 "당 대표로서 상황을 수습하고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여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당 대표의 신분으로 장외투쟁을 선동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위이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아스팔트 위 촛불 속에서 길을 잃을 것인가, 국회에서 민생의 해답을 찾을 것인가는 민주당의 선택에 달려 있다"면서 "친노 강경파에 휘둘리지 않고 민생에 귀를 기울이는 민주당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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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