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변론 재개신청'..피말리는 마지막 '한 수'

입력 : 2013-08-05 오후 5:58:56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SK(003600)그룹 측이 최 회장 형제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변론재개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지 재계와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판부가 SK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변론을 재개한다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5일 김 전  고문의 국내 송환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 회장 측은 이날 오후 법무법인 지평지성을 통해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에 변론재개 신청서를 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변론재개 신청서에서 '김 전 고문 등에 대한  추가 심리의 필요성'을 재판부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도 조만간 의견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일 선고기일을 잡아둔 재판부가 최 회장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투명 하다.
 
우선 검찰이 김 전 고문의 증인진술 없이도 그동안의 공판을 통해 최 회장 형제에 대한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됐음을 강조하며 변론재개를 강력히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로서도 넉달동안 17회에 걸친 공판을 통해 이미 심증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그동안의 SK공판을 매번 종일심리로 밀도있게 진행해왔다.
 
게다가 대만에 있는 김 전 고문이 언제 국내로 송환돼 법정에 설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변론을 재개한 뒤 마냥 기다릴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활하고 효율적인 소송의 원칙에 반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예정된 선고일에 항소심 선고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측은 중요 증인에 대한 진술을 듣지 않고 선고를 내렸다며 '심리미진' 등의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고, 대법원이 항소심의 선고형을 확정할 수도 있지만, 최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 재판부는 파기환송심을 열어 사건을 다시 심리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김 전 고문을 법정에 세워 심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법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언제 국내로 송환될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재판을 무기한 연기하는 건 재판부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며 "정해진 절차대로 대법원에 가서 형을 선고받고,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청을 이유로 재심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항소심이 1, 2심의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잦은 '진술 번복'을 유죄 심증을 굳히는 한 이유로 판시하는 경우 대법원은 사실오인·법리 오해를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최 회장 측으로서는 잦은 '진술 번복'의 이유를 입증하기 위해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청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해당 재판부에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 회장 측은 물론 재판부 역시 김 전 고문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여러번 강조해온 만큼 그를 직접 불러 진술을 들을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변론이 재개돼 김 전 고문이 법정에 서게되면 최 회장 측은 '김 전 고문이 주도한 범죄'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최 회장이 횡령을 주도했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공판진행과정을 봤을 때 김 전 고문이 증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이 최 회장 측에게 반드시 이익이 될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는 상태다.
 
최 회장 측은 김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의 전화 통화내용을 법정에서 공개하며 김 전 고문이 배후에서 조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고문의 음성을 통해 최 회장측에 불리한 정황이 여러차례 드러나면서 오히려 검찰이 김 전 고문의 통화내용 부분을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재판부에 신청한 적도 있다.
 
그가 SK그룹 횡령 사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하거나, '최 회장과 함께 했다'는 진술을 할 경우, 그동안 공판에서 강조한 사실이 모조리 거짓으로 굳어질 위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측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상고해서 대법원으로 간다고 해도 원심의 결론을 완전히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은 사실상 항소심에서 끝나기 때문에, 최 회장 측으로서는 최대한 항소심에서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으로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이끌어내야한다.
 
SK측이 '기획 입국설'이라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김 전 고문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상황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재판부는 최 회장 등이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결심공판을 이미 끝냈으며, 검찰은 최 회장에게 징역 6년을,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최 부회장의 경우 1심과 같지만 최 회장에게는 2년이 가중됐다.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9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1년여가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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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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