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전격 임명했다.
김 전 의원은 '초원복집' 사건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 개입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신임 비서실장은 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1992년 12월11일 초원복집에서 부산 지역 기관장들과 만나 김영삼 후보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 조장 등의 관권선거를 모의했던 주인공이다.
당시 부산시장, 부산지방경찰청장,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부산시 교육감,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이 김 실장과 함께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고 결의했다.
이는 일선 기관장들이 특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 조장을 모의했던 명백한 관권선거이자 대선 개입 시도여서 세간에 알려진 뒤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초원복집 사건이 지난해 대선 전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국가정보원과, 거짓 브리핑으로 표심을 좌우한 경찰이 저지른 국기문란 사건의 원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러한 전력은 아랑곳 않고 휴가를 다녀오자마자 김 실장을 깜짝 발탁했다.
국가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에 분노한 민심이 매주 주말 폭염과 장마, 휴가철에도 수만개의 촛불을 들고 있는 시기에 단행된 인사다.
국면전환을 위해서였든 청와대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였든 박 대통령은 민감한 시기에 적절치 못한 인선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힘들 전망이다.
특히 100% 대한민국을 표방해온 박 대통령이 국정조사 국면에서 대선 개입 '당사자'를 선임한 것은 '피해자'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1400여만명의 유권자를 위로는 못할망정 반감만 높였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지만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은 곧바로 부정선거가 된다.
김 실장은 초원복집에서 지역감정 조장을 모의했다 언론에 알려졌고, 뜻밖에도 도청 역풍이 불어 김영삼 지지층 결속에 영향을 줬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개입한 셈이 됐다.
시간이 흘러 현재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채동욱 검찰이 수사결과 혐의를 인정해 불구속 기소됐고, 국정조사로 대선 개입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 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대선 개입 국면에서 과거 대선 개입 초원복집 사건의 김 실장을 등용한 건 향후에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같은 인사가 적절하다면 향후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 역시 새누리당 정권에서 국무위원으로 중용되는 것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